트럼프와 테슬라 보조금 사이…머스크의 모순된 행보 ‘눈길’

2024-08-15     유인영 editor
이미지=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X(트위터)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며 공화당과의 관계를 강화했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전기차 보조금과 엄격한 배출 규제를 요구하는 등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가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보조금을 중단하라”고 작성하는 등 공공연히 보조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테슬라는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여전히 정부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 2018년 이후 크레딧 판매를 통해 1조2000억원 수익 올려

테슬라는 창립 이후 정부 대출, 세금 감면, 규제 크레딧 판매 등 다양한 형태의 정부 지원을 통해 막대한 혜택을 받아왔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규제 크레딧은 테슬라의 재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테슬라가 미국의 지배적인 전기차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테슬라는 2018년 이후 규제 크레딧 판매를 통해 거의 9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규제 크레딧이란 연방 및 주 정부가 엄격한 배출 규정을 통과한 제조업체에 부여하는 크레딧으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 판매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은 2022년 한 컨퍼런스에서 "캘리포니아의 규제 기관이 없었다면 테슬라는 없었다"고 말하며, 테슬라의 재정에 있어 캘리포니아주 크레딧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지원은 테슬라가 신속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테슬라의 첫 주요 제조 시설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4억6500만달러(약 6300억원)의 대출을 받아 개발됐고, 3년 후 상환됐다.

머스크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와 별개로 테슬라는 혜택을 위해 미국 및 주 정부에 계속 로비를 벌이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2월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에 제출한 서류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캘리포니아가 다른 지역보다 엄격한 차량 배출 규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테슬라는 2035년까지 휘발유 자동차 생산을 금지하는 규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재무부와 국세청에 제출한 공식 의견에서 따르면, 테슬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이 완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12월 머스크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IRA를 크게 비판하며 "테슬라는 공적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과 반대된다.

 

머스크, 트럼프와의 대화에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모습 보여

테슬라의 공공 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직원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모순으로 보이는 머스크와 테슬라의 행보는 이념과 실용주의 사이의 갈등에 가깝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자유시장 지지자로서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정부 개입에 반대하지만, 현실적으로 테슬라가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취한다는 것이다.

리하이 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앤드류 워드(Andrew Ward)는 머스크가 인공 지능에서 우주 탐사, 신경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테슬라는 머스크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드는 “머스크가 장기적인 야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테슬라에 대한 단기적인 이익을 일부 희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는 12일 머스크가 소유하고 있는 X(트위터)에서 진행한 대화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알래스카의 광활한 북극 자연을 석유 시추에 개방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고, 머스크도 석유와 가스 산업을 비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금 당장 석유와 가스 사용을 중단한다면 우리 모두 굶주리고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축적됐을 때 주요 위험은 호흡이 어려워져 사람들에게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한다는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꽤 남았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농부들이 농사를 짓는 것을 막거나, 사람들이 스테이크를 먹는 것을 막을 필요도 없다”고 말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을 비판하고 기후 변화는 현실이라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후과학자인 마이클 만(Michael Mann)은 로이터에 "이산화탄소 수치가 너무 높아져 호흡이 어려워질 정도면 기후 위기의 영향이 너무 파괴적이어서 이미 사회적 붕괴를 초래했을 것"이라며 머스크의 주장을 반박했다. 기후 운동가 빌 맥키번(Bill McKibben)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의 대화에 대해 “역대 가장 어리석은 기후 대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