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탄소배출량 관리하는 시대…제2회 그린MICE매니지먼트 포럼 개최

2024-08-16     송준호 editor

올림픽, 세미나 등의 행사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기를 맞아 탄소 배출량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전시회·박람회·이벤트 등을 포함하는 마이스(MICE) 산업의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약 3조원에 달하는 산업의 녹색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린MICE얼라이언스 준비위원회는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소재의 프론트원 5층에서 마이스 산업의 국내외 녹색 전환 현황과 사례를 공유하는 제2회 그린MICE 매니지먼트 포럼을 개최했다. 

이상열 준비위원회 위원장(고양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그린MICE얼라이언스 준비위원회는 마이스 산업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점진적인 전환을 이룬 모델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직접 친환경적인 제작물을 활용한 행사를 개최하고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하여 업계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개회사를 전했다. 

사회를 맡은 홍원준 가천대학교 창업대학 교수는 “마이스 산업이 녹색 전환에 대한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이 포럼은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행사에 적용했는지 실제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포럼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린MICE얼라이언스 준비위원회는 국내 그린 마이스 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와 발전을 위해 선례 소개와 국내 업체의 발굴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준비위원회가 '실천하는 그린 MICE, 탄소절감의 선두주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임팩트온 

 

올림픽, 2030년 탄소배출량 50% 감축…탄소 측정과 정보 공개가 1단계

“전 세계는 2030년까지 저탄소 전환,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규제와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산업은 좌초되며 마이스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기조연설을 맡은 AI 기반의 ESG평가기관 후즈굿의 윤덕찬 대표가 한 말이다. 윤덕찬 대표는 “실제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인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에도 예술⋅엔터테인먼트로 마이스 산업에 대한 분류도 포함되어 있다” 며 “특히 해외에서는 행사의 지속가능성을 마이스 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 산업도 지속가능성을 관리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후변화로 인해 입은 피해를 공유했다. 그는 “유럽은 지난해 홍수와 폭풍으로 인한 기후 관련 손실이 134억유로(약 20조원)에 달했으며 캐나다는 같은 해 72개의 행사가 극한 날씨로 인해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윤덕찬 후즈굿 대표가 그린 마이스와 ESG전략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임팩트온

글로벌 행사들은 이미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림픽이 있다. 윤 대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4년에 이미 올림픽 아젠다 202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50%를 달성하고 이후 넷제로를 넘어 탄소배출 네거티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파리 올림픽의 노력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표는 마이스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한 1단계는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것이고, 감축은 2단계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행사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한 정보를 공개하는 보고서와 인증들이 나오고 있다.

윤덕찬 대표는 “올림픽도 받았던 이벤트 지속가능경영 시스템 인증(ISO 20121)이 있다”라며 “영국은 대규모 음악 축제에 대한 탄소 발자국, 물 소비, 폐기물 배출량 등을 측정하고 원별 감축 전략을 담은 ‘아웃도어 이벤트의 환경영향 보고서’를 냈는데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월 지속가능공연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국내 마이스업계, 탄소배출량 보고서 발간 시작…측정 방식 고도화 필요

윤영혜 동덕여자대학교 글로벌MICE학과 교수는 “MICE산업의 지속가능성 기준들이 해외에서는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한 사례를 공유했다.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UNEP(유엔환경계획) 등이 설립한 세계지속가능관광위원회(Global Sustainable Tourism Council, 이하 GSTC)는 지난 2월 첫 번째 기준을 냈다. 기준은 140개의 기관이 참여해 33개의 표준과 151개 지표로 이뤄져 있으며, UN 지속가능한개발목표(UN SDGs)와 연결해서 측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교수는 “국내에도 서울시 마이스 ESG 운영 가이드라인과 같은 기준이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도 행사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탄소 측정 솔루션을 보유한 엔츠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식을 연구했으며 완성 후 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린MICE얼라이언스는 이런 연구 외에도 탄소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는 업체들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GSTC는 UN SDGs에 부합하는 마이스 산업에 대한 기준을 제공한다./GSTC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라운드 케이가 한 사례다. 그라운드케이는 지난 2월 열린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수송 용역 총괄을 맡았다. 최종훈 책임은 “주최 측에서 직접 친환경 차량을 사용하고 탄소배출량과 감축 수준을 정량적으로 산정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라며 “국내에는 최신화되고 세분화된 지표가 부족하여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직접 측정했다”고 밝혔다. 행사가 끝나고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종이 절감량, 친환경 차량 및 셔틀 이용 건, 공회전 감소 시간 등 1000건의 데이터로 20일간의 감축량을 추산한 결과가 담겼다.

최종훈 그라운드케이 책임은 “T-RiseUP이라는 자체 IT 기술을 통해 온라인에서 배차, 예약, 정산 등 통합 관리하여 상세 데이터를 활용한 탄소 측정 및 저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행사 렌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만만한 녀석들도 행사 이후에 탄소배출량 측정 및 저감량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김지혜 팀장은 “만만한 녀석들은 목재 소재를 사용해서 타 행사의 집기보다 22.7%의 탄소를 줄였으며, 친환경 리포트는 숲 보호, 이동 거리 감축 등의 알기 쉬운 에너지 지표로 전환하여 발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지난 5월 열린 제2회 1883 인천맥강축제를 담당했는데, 4318kg의 탄소를 상쇄했다”라며 “나무 502그루를 심은 수준으로 풍선 14.3만 개를 채울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줄였고 차량 이동 거리를 2214km 줄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그린 마이스의 현주소…인식 제고와 인증 및 기준 마련해야

패널 토론은 향후 그린 마이스 산업이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됐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임팩트온 박란희 대표는 “한국에서 그린 마이스 산업에 관해 100명에게 물으면 100명이 모른다고 할 정도로 인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의 어려움이 클 듯하다”며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가 무엇인지를 패널들에게 물었다. 

패널 토론은 (왼쪽부터) 임팩트온 박란희 대표가 모터레이터를 맡고, 김홍구 엠케이1025 본부장, 최민지 엔츠 이사, 최종훈 그라운드케이 책임, 김지혜 만만한녀석들 팀장, 안영햑 이벤터스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임팩트온

ESG 행사 전문기업인 엠케이1025 김홍구 사업총괄 본부장은 “행사 대행사로 15년 이상 일하면서, 발주처의 의지 없이 친환경 행사를 만드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라며 “파리 올림픽의 사례처럼 국가 차원에서의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친환경 행사는 비쌀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보다도 제품의 완성도, 즉 품질 수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제품보다 낮을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의 완성도를 주최 기관과 협업하여 계속해서 높여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소 측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엔츠의 최민지 이사는 “행사가 다 끝나고 사후에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도 받고 있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폐기물 처리만 해도 매립, 소각 등 처리 방법에 따라 얼마나 배출됐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기획 단계에서 배출원별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지와 어떻게 저감할지를 사전에 논의해야 측정과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벤트 테크 스타트업인 이벤터스의 안영학 대표는 “정부의 모태펀드는 마이스보다는 관광에 특화되어 있어 국내에서는 민간의 벤처 캐피탈(VC)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VC들도 마이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라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행사가 탄소 저감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지만 비용을 절감하거나 경제적 파급효과를 키웠다는 등의 투자자본수익률(ROI)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만한 녀석들의 김지혜 팀장은 “환경부의 환경표지인증을 받으려고 했으나, 받을 수 있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고 인증 항목을 신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국내에도 이런 인증 제도들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종훈 그라운드케이 책임은 “이동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친환경 차량을 사용하는 것만을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전 예약을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여 불필요한 운송 수단, 운행을 미리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디지털 솔루션이 마이스 산업의 탄소배출량 절감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