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와이너리, 기후 위기 직격…"비용 상승 감당 안 돼"

2024-08-27     유인영 editor
이미지=언스플래쉬

폭염으로 인해 생산에 타격을 입은 유럽의 와이너리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남유럽의 와이너리에서 극심한 날씨로 인해 고급 와인 포도 품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등 생산량이 위협받고 있다. 국제 포도 및 와인 기구(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OIV)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은 10% 감소한 2억3730만헥토리터로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헥토리터는 일반적인 표준 와인병 사이즈 133병에 해당한다.

그리스 산토리니 가이아(Gaia) 와인의 공동 설립자 이아니스 파라스케보풀로스(Yiannis Paraskevopoulos)는 "2024년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가이아 와인의 2023년 와인 생산량은 2022년 생산량의 3분의 1 정도였으나, 올해 수확량은 2022년 생산량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고급 화이트 와인 생산에 사용되는 산토리니섬의 대표 품종인 아시르티코(Assyrtiko) 포도의 생산이 위협받고 있다. 가이아 와인은 2023년 아시르티코가 2040년까지 멸종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낙관적인 추정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자 가격 상승에 따라 와인 소비 1996년 이후 최저

EU, 지난달 와인 산업에 대한 고위급 그룹 출범

와이너리가 직면한 문제로 인해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와인 산업에 관한 고위급 그룹(High-level Group for EU wine sector)을 출범했다. 와인 산업에 대한 고위급 그룹은 기후 변화로 인해 와인 생산 조건과 수확의 불확실성, 와인 소비의 장기적인 감소, 소비자 선호도의 변화, 주요 수출 시장의 변화 등에 대해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2025년 초까지 최소 3회 회의를 열고 미래 정책 개발에 대한 결론과 권장 사항을 제공할 계획이며, 첫 회의는 9월 11일에 열린다.

OIV에 따르면 남유럽의 와이너리들은 폭우, 가뭄, 이른 서리 등 악천후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2023년 그리스 생산량은 3분의 1 이상 급감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생산량은 5분의 1 이상 감소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Castello di Querceto)의 이사 마르코 피지알레티(Marco Fizialetti)는 "기후 변화가 와인 생산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 감소와 더욱 까다로워진 생산 조건은 가격 상승과 와인 소비 하락으로 이어졌다. 와인 소비량은 2023년에 연간 2.6% 감소하여 199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8월 현재 아시르티코 포도 1kg의 가격은 8.9~10유로로 2022년 가격의 약 두 배에 달한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생산 방식의 변화도 비용 상승 일으켜

일부 와인 메이커들은 변화하는 환경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산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탈리아의 와이너리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Antinori nel Chianti Classico)에서는 새로운 방향으로 포도를 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도밭을 남서향으로 향하도록 했다. 폭염 노출로 인해 이제는 북동쪽을 향해 심는다"라고 사장 알비에라 안티노리(Albiera Antinori)는 전했다.

이 농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른 기술로는 공기 순환을 높이기 위해 격자 시렁(trellises)을 높이고 포도 덩굴 사이에 잔디를 심는 것 등이 있다. 안티노리는 이러한 노력이 최근 몇 년 동안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품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용 상승이 너무 커 ‘피로스의 승리’, 이겼으나 손해뿐인 승리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네메아의 와이너리 도멘 스쿠라스(Domaine Skouras)에서는 올해 수확이 20일 일찍 시작됐다. 디미트리스 스쿠라스(Dimitris Skouras)는 "우리 포도밭에서는 작년보다 생산량이 감소했고, 특히 아지오르기티코(Agiorgitiko) 품종의 경우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스쿠라스는 기온이 낮은 고지대에 포도밭을 심고 있으며, 포도나무가 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물 공급이 나은 지역을 찾고 있다. 스쿠라스는 "앞으로 닥칠 변화나 극한 날씨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 확실한 해결책은 없다. 우리의 전략은 포도 재배의 새로운 현실에 최선을 다해 적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