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원의 ESG투자트렌드】ESG 통합, 그 참을 수 없는 모호함
- ESG 투자 전략 - 위험조정수익률의 극대화가 목적 - ESG 통합의 모호함.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 ESG 통합에 대한 자체 평가 - ESG is both extremely important and nothing special
지난 칼럼에서 돈과 착한 일,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던 ESG 투자가 이제 돈을 목적으로 한 ESG 통합(Integration)과 임팩트, 이 두 가지 전략으로 보다 세밀하게 분화되어 가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ESG 통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ESG 통합이라는 단어는 ESG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기업에서는 ESG를 비즈니스와 결합하는 것에 통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ESG 투자 전략 중 하나로서 ESG 통합이다.
ESG 투자전략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자. 기관마다 ESG 투자전략을 다르게 분류하고 있으며, 누가 맞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용어의 정의가 다른 데에서 오는 혼란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 CFA, PRI 및 GSIA 가 협업해서 ESG 투자 전략을 분류하고, 분류된 전략에 대해 정의한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가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ESG 투자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기관들이 합의하여 내놓은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문서에서 내리는 각 ESG 투자 전략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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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전략 |
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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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통합 |
위험 조정 수익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투자 분석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 요인을 지속적으로 고려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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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닝 |
투자가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정의된 기준에 따라 규칙을 적용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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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투자 |
중장기 트렌드에 노출된 자산을 선정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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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
투자자 권리와 영향을 사용하여 고객과 수익자의 장기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으로, 이 가치에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가 포함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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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 |
금융 수익과 함께 긍정적이고 측정 가능한 사회적 및/또는 환경적 영향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투자하는 것 |
출처: CFA Institute, GSIA, PRI, 2023, 「Definitions for Responsible Investment Approaches」
위험조정수익률의 극대화가 목적
ESG 통합에 대한 정의를 보자. ‘위험 조정 수익률 개선을 목적으로 하여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ESG 통합으로 정의하고 있다.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할 만한 정의이긴 한데 돌아서서 다시 생각해 보면 갸우뚱해진다. 하나하나 뜯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이다. ESG 통합을 다른 전략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익률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수익 개선이라고 함은 리스크가 되는 요인을 관리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위험 조정 수익’이다.
반면 다른 투자 전략은 ‘수익률 개선’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과 연관성이 분명하지 않은 어떤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특정 산업을 배제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만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때로는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이 있는 셈이다.
ESG 통합은 이와 다르다. 수익률을 포기하면서 지켜야 할 ESG와 관련된 기준은 없다. ESG 관련 정보를 고려해 보니 문제가 있는 투자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가격이 너무 싸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 투자할 수 있다. ESG 관련 정보가 충분히 검토되기만 하면 된다.
ESG 통합의 모호함.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ESG를 투자의사 결정에 통합한다는 말은 좋은데, ESG가 실제 투자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호하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데 ESG 통합이 적용된 펀드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스크리닝 전략을 사용하는 ESG펀드라면 스크리닝 기준과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기업을 비교해 보면 스크리닝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ESG 통합 전략을 사용한 펀드는 추후 ESG 통합을 충실하게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검증하기도 어렵다. 이런 모호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행히 이런 질문을 우리만 한 것은 아니다. ESG 투자가 성숙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러한 맥락 하에서 ESG 통합을 제대로 수행하고, 수행한 내역을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네덜란드 자산운용사로서 ESG 투자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로베코(ROBECO)의 사례를 보자.
ESG 전담부서인 SI(Sustainable Investing) 리서치 팀에서 산업별로 재무적 중대성이 큰 ESG 이슈를 기반으로 하여 리서치를 수행한다. SI 리서치 팀에는 섹터별 전문가가 배치되어 섹터 전문성을 극대화한다.
이제 공은 투자 운용 부서로 넘어간다. 투자 운용부서의 재무 분석가(Financial Analyst)는 SI리서치 팀의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의견을 제시하는데, ESG가 실제 펀더멘털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다시 검토하여 아주 미약함(Very weak)부터 아주 강함(Very strong)까지 5단계로 결론을 내린다.
펀드 매니저는 이렇게 생산된 내부 분석 자료를 토대로 최종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 ESG 관련 리스크 또는 기회는 이 과정을 통해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고, 외부에서도 각 절차에서 생산된 문서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로베코의 독자적인 방식은 아니다. UBS 자산운용도 유사한 프로세스를 운영한다. ESG전담부서에서는 투자 대상의 ESG리스크를 분석하여 ‘UBS ESG Risk Signal(ESG 위험 신호)’을 투자 부서에 전달한다. 그리고 투자 부서의 애널리스트가 이를 토대로 ESG리스크를 다시 한번 검토하여 ‘ESG Risk Recommendation(ESG 위험 권고)’을 제시하고 펀드 매니저는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사 결정을 내린다.
ESG 통합에 대한 자체 평가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JP 모건 자산운용의 사례에서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볼 수 있다. JP 모건은 제대로 잘 통합되고 있는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ESG 통합의 질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각 투자 부서가 자신들의 ESG 통합 프로세스를 내부의 워킹 그룹에 제출하면, 그 워킹 그룹이 10개의 지표를 고려하여 ESG 통합에 대해서 내부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를 내부 위원회에서 최종 점검하여 승인한다. 이후 각 투자 부서는 승인된 ESG 통합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그에 맞게 수행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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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일부) |
세부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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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투자 실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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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관리/ 투자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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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ESG 데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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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P. Morgan, 2022, 「ESG integration at J.P.Morgan Asset Management」
ESG is both extremely important and nothing special
“ESG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특별한 게 아니다(ESG is both extremely important and nothing special).” 이 말은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재무를 가르치는 알렉스 에드먼즈(Alex Edmans) 교수가 ESG의 종말(End of ESG)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아티클에서 한 말이다. 투자의 장기적인 가치에 ESG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장기 가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중요할 뿐 특별한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다.
ESG 통합 관점에서 ESG요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아주 훌륭하게 요약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즉, ESG 관련 요소는 투자의사 결정과 관계없이 덧씌워지는 어떠한 기준이 아니라 전체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서 통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 ESG 통합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국내에서는 ESG 투자가 엄격한 ESG기준을 지키는 것,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즉 시장의 큰손은 자금의 성격상 특정 가치관에 기반한 ESG 관련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특정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일반 대중의 돈을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외의 기관투자자는 ESG 통합을 중심으로 ESG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ESG 통합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ESG 통합은 기관투자자, 다시 말해 ‘우리 모두의 돈’을 맡은 투자자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일반 대중, 심지어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또한 기관투자자와 같은 전문투자자의 ESG 투자 수준이 전체 ESG 투자 생태계의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ESG 통합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국내에서도 더 정교하고 성숙한, 그리고 다양한 ESG 통합 프로세스의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 박세원 팀장은
박세원 팀장은 국내 ESG리서치 기관에서 ESG리서치 및 의결권행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종합자산운용사인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ESG전략팀을 맡아 ESG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ESG평가 모형을 비롯한 ESG리서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운용부서와 협력하여 ESG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