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E100 아닌 산자부 주도 K-RE100(한국형 RE100), 기업 참여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부터 도입하는 한국형 RE100(K-RE100)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형 RE100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자 하는 산업용, 일반용 전기 소비자들이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사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K-RE100 참여를 발표한 기업은 한화큐셀과, LG화학, 농협은행, 라임코리아 등 4곳이다.
K-RE100의 이행수단은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한전에게 별도의 요금을 납부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인 '녹색 프리미엄제'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REC구매제', 한전 중개하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직접 전력 거래 계약인 '제3자 전력구매계약', 전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지분투자' 그리고 직접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자가발전'이다.
한화큐셀은 지난 9일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으로는 최초로 소비 전력을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K-RE100을 선언했다. 한화큐셀은 '녹색프리미엄제'와 자가발전을 통해 우선 K-RE100에 참여한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미 ESG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LG화학 역시 지난 9일 녹색프리미엄제를 통해 연간 1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120GWh는 2만8000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앞서 LG화학은 업계에서는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한 바 있다.
농협은행도 지난 14일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통해 K-RE100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자사 지점 건물의 옥상과 주차장을 통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확충하고 REC(공급인증서) 거래시장에도 직접 참여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석탈발전에 대한 금융지원 및 투자를 제한하는 '탈석탄금융' 역시 선언한 바 있다. 또한 업무용 차량의 전기차 전환, 친환경 LED조명교체, 종이 없는 사무실 구현 등을 펼쳐나가고 있다.
공유 킥보드 기업인 라임코리아는 올해부터 녹색프리미엄제에 참여해 연간 400메가와트시(M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라임코리아는 자사의 국내 물류 허브와 서비스센터 등의 시설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한다.
<표> K-RE100 참여기업 리스트
| 한화큐셀 | 재생에너지 기업 최초 K-RE100 선언 |
| LG화학 | 업계 최초 '2050 탄소중립 성장' |
| 농협은행 | '탈석탄금융' 선언, 업무용 차량 전기차 전환 |
| 라임코리아 | 물류 허브, 서비스센터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추진 |
글로벌 RE100과 K-RE100 무엇이 다른가
한편, 지금까지 K-RE100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한전에게 별도의 요금을 납부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인정받는 '녹색프리미엄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글로벌 RE100과는 차이가 있다.
글로벌 RE100은 연간 전력 소비량 100기가와트시(GWh)를 넘는 기업, 즉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K-RE100은 이러한 기준 없이 등록제로 운영된다는 점이 차이다. 글로벌 RE100에는 현재 애플, 구글 등 웬만한 글로벌 대기업은 다 포함돼있다. K-RE100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하지 않아도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2050년까지 글로벌 RE100과 같은 기준인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고한다.
왜 이미 글로벌 RE100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K-RE100을 도입하는 걸까.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자사의 RE100에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수출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RE100 흐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자칫 글로벌 거대 기업들과의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의 공인 RE100이라는 인증을 받음으로써, 국내 수출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글로벌RE100 가입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K-RE100에 먼저 가입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장하고 향후 글로벌RE100 가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업계 최초로 'RE 100 가입'을 선언한 후 실제 글로벌 RE100 한국위원회에 가입신청을 하지 않아 주목을 끌었는데, 이번에 K-RE100 참여를 선언했다. 현재 글로벌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SK그룹 7개사다.
한편 지금까지 K-RE100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한전에게 별도의 요금을 납부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인정받는 '녹색 프리미엄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각 기업의 사업장에서 100% 친환경 전력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K-RE100의 성공적인 정착과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RE100 가입을 위해서는 현재 한전의 송·배전망을 통해서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한전을 거쳐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든, 아니면 발전사와 소비자(기업)의 전력 직거래가 허용되든, 향후 RE100을 통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