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연합, 화석연료 자금 20조원 삭감...미국, 약속 불이행 1위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34개국과 5개의 공공 금융 기관은 화석연료에 대한 국제 공공 금융을 종료하고, 청정에너지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에 서명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약속이 기대만큼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CETP 서명국들은 화석연료에 사용되던 자금을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서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까지 삭감해 총 52억달러(약 7조원)로 줄였다.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이 크게 감소했지만, 청정에너지로의 자금 이동은 약 21억달러(약 3조원) 증가에 그쳐 예상보다 저조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이 삭감된 것에 비해 청정에너지 자금 지원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청정에너지 자금 지원은 2019-2021년 기준에 비해 16% 증가한 213억달러(약28조원)가 됐지만, 아직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성실하게 이행...미국은 약속 가장 크게 위반해
보고서는 영국, 프랑스, 캐나다가 가장 성실하게 약속을 이행한 국가들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특히 영국의 수출 신용 기관인 영국 수출 금융(UK Export Finance, UKEF)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화석연료 거래를 113억달러(약 15조원)에서 0달러로 줄였다. 이전에는 에너지 금융의 99% 이상을 화석연료에 할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CETP의 가장 큰 회원국인 미국은 이 약속을 가장 크게 위반한 국가로 지목되었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10개의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32억달러(약 4조 3000억원)를 지원했다. 또한 미국 수출입은행(Export-Import Bank)은 바레인에서 300개의 석유 및 가스 유정을 개발하기 위해 5억달러(약6700억원)를 지원하는 등 여섯 개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을 승인했다. 또한 가이아나, 파푸아뉴기니, 모잠비크에서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계속한 국가들로 보고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화석연료 보조금 추적기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에 자국 내 석유 및 가스 회사들에게 120억달러(약 16조원)의 보조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담 맥기본은 미국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라고 말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초에 화석연료 수출 금융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강조했다.
OECD 선진국 그룹은 현재 연간 410억달러(약 54조8000억원) 규모의 석유 및 가스 수출 금융을 종식시키기 위한 구속력 있는 공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일본과 한국으로부터의 자금 흐름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맥기본은 화석 연료에 대한 자금 지원의 감소 추세가 이제 고착화되었다고 말했다.
저소득국가보다 스페인, 폴란드 등 고소득 국가의 자금 집중
한편, CETP 서명국들이 저소득 국가보다는 고소득 국가에 자금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23년 가장 많은 청정에너지 금융을 받은 국가는 스페인, 폴란드, 미국이었으며, 저소득 국가로의 자금 이동은 미미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아담 맥기본(Adam McGibbon)은 부유한 국가들이 청정에너지 자금을 충분히 빠르게 확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프로젝트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은 주로 수출 신용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 기관들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해외 무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과 보험을 제공해 왔다. 맥기본은 과거에 이러한 기관들이 화석연료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직접적으로 금융을 제공해왔으며, 이는 다자개발은행보다도 더 중요한 자금 출처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