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035년 NDC 선제적 발표 예정, 북해유전 소송에 이의제기도 포기
지난 7월 초 총선에서 승리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계속되는 기후 행보를 보이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상향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발표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파이낸셜 타임스(FT)와 BBC 등 영국 언론은 영국 정부가 환경단체들이 로즈뱅크 유전 개발을 막기 위해 제기한 법적 소송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밀리밴드 장관, 제출 기한인 내년 2월보다 수개월 앞서 NDC 발표 계획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당사국은 2025년 2월까지 갱신된 2035년 NDC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가디언은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안보·넷제로부 장관이 내년 2월보다 수개월 앞서 새로운 NDC를 발표할 계획이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지원을 받아 영국이 기후 협상에서 국제 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 따라 각국은 5년 주기로 향후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담은 NDC를 수립해야 하며, 매번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 영국의 현재 NDC는 203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68%의 배출량 감축을 약속하고 있다.
밀리밴드는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ttee, CCC)에 2035년까지의 다음 목표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가디언은 CCC의 권고안이 10월 말 이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일정에 따르면, UN은 각국이 NDC를 단순한 목표가 아닌 세부 계획으로 제출하여 이행 가능성을 높이기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COP29 이전까지 완벽한 NDC를 작성할 시간은 부족하다. 영국은 우선 잠정 목표를 발표한 이후 UN에 제출할 세부 NDC를 작성하는 방식을 취할 보인다.
영국 정부는 지난 8월 22일 '국제 기후 협력에 관한 브라질-영국 공동 성명'에서 2025년 2월 제출 시한보다 앞서 가능한 최고 수준의 NDC를 발표하여 모범을 보이고 다른 국가들도 동일한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안보·넷제로부의 대변인은 "밀리밴드 장관은 기후 협상의 최전방이자 중심이 될 것이며 영국을 위해 COP29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며 "파리 협정에 따라 우리는 다음 NDC를 계획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내년 11월에 열릴) COP30보다 최소 9개월에서 12개월 전에 제출될 예정인데, 정확한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 환경 운동가들은 영국이 NDC를 조기에 발표하는 것을 환영했다.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 싱크탱크의 디렉터인 모하메드 아도우(Mohamed Adow)는 "영국의 국제 리더십과 외교는 이전 보수당 정부 당시 심하게 뒤처졌다"며 "강화된 NDC의 윤곽을 잡는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되는 것은 영국이 새로운 정부의 관리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 로즈뱅크 유전 차단을 위한 환경단체 법원 청구에 이의 제기하지 않기로
영국 정부는 북해의 로즈뱅크 유전 개발을 막으려는 환경 단체의 법원 입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 단체들은 로즈뱅크 유전 개발이 영국의 넷제로 목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셰틀랜드 해안에서 약 80마일(약 130km) 떨어진 로즈뱅크 유전 개발은 영국 북해에서 진행되는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30년까지 영국 석유 생산량의 약 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말 석유·가스 회사에 대한 횡재세를 75%에서 78%로 3%p 인상하기로 결정해, 업계의 비판을 받았다.
환경 운동가들은 북해 당국이 로즈뱅크 프로젝트를 승인한 것은 화석 연료의 추출뿐 아니라 연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업리프트와 그린피스는 12월에 스코틀랜드 최고 민사 법원인 에든버러 고등법원에 로즈뱅크 유전 개발 허용 결정에 대한 사법적 검토를 신청했다.
영국 정부는 환경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납세자의 돈을 절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올해 말에 새로운 석유 및 가스 채굴 허가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공약에 대해 협의를 시작할 것이며, 이는 정부가 석유·가스 산업에 확실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환경 지침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린피스 UK의 기후 팀 책임자인 멜 에반스(Mel Evans)는 정부의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올바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로즈뱅크의 지분 80%를 보유한 에퀴노르는 “정부 발표의 의미를 평가하고 있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기후 협상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가디언은 기후 정책의 선두주자였던 프랑스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고, 기후 옹호론자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정치적 역풍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영국이 기후 협상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8월 밀리밴드 장관은 현재 G20 의장국이자 COP30의 개최국인 브라질을 방문하여 개발도상국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7월에는 런던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무크타르 바바예프(Mukhtar Babayev) COP29 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또한, 영국은 내년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컨퍼런스를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행보는 이전 보수당 정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의 경우, 작년 COP28에서 다른 세계 지도자들보다 현저히 적은 시간을 보냈고, 그중 몇 명만을 만나는 등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