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되면 4000억 달러 그린뱅크, 화석연료 투자기관으로 전환되나?
오는 11월 도날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미 에너지부 산하의 '그린 뱅크'가 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Energy Department’s Loan Programs Office, LPO)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할 경우 자금규모가 대폭 축소되거나 공화당이 선호하는 화석연료 및 기타 에너지 프로그램에 자금 지원을 하는 통로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4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로 큰 폭 성장
지난 2005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에너지 혁신법'에 따라 시작된 LPO는 테슬라가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된 자금 대출지원 프로그램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혁신적인 에너지 프로그램을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44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이던 대출 프로그램은 바이던 대통령 시절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이후 4000억달러(약 537조원) 규모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LPO는 2024년 자금조달연도에 27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대출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자금규모는 내년에 500억달러(약 67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LPO에는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209건의 에너지 프로젝트에 2810억달러(약 377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요청돼있다고 한다.
최근 2년 사이 주목할 만한 청정에너지 자금 대출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포드 자동차가 배터리 공장 3개를 짓기 위해 92억달러(약 12조3638억원)의 대규모 조건부 대출을 받은 것이 있으며, 태양광 회사 선노바 에너지 인터내셔널에 대한 30억달러(약 4조317억원) 대출, 리튬 아메리카의 네바다 광산 및 가공 프로젝트에 대한 23억달러(약 3조909억원)의 조건부 자금 지원 등이 있다.
미 에너지부 대변인은 "LPO는 거의 20년 가량 미국 기업가와 혁신가들에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브릿지 역할을 해왔다"며 "이러한 연방 프로그램은 행정부가 변경되어도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수소, SMR, 탄소포집 등 프로젝트 지원 가능성 제기
하지만 만약 오는 11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에너지부의 LPO 프로그램을 폐지가 제안됐으나, 의회에서 좌절된 경험도 있다.
트럼프 정부 시절 LPO는 미 조지아주의 서던(Souther) 사가 건설중이던 신규 원자로 2기에 대해 37억달러(약 4조9720억원)의 대출 보증을 제공한 바 있다. 또 20억달러(약 2조6876억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고려했던 루이지애나의 메탄올 생산공장도 고려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지원해온 로펌인 스텝토의 헌터 존스턴 파트너는 블룸버그에 "LPO 프로그램은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프로젝트 개발자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시절에는 또 애팔래치아 지역 천연가스 저장 허브를 조성하기 위한 19억달러의 대출 보증을 통해, 이 지역에 신규 화학 및 정제시설, 탄소포집 및 암모니아 생산 관련 시설을 짓도록 촉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적으로 인해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1기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공화당이 선호하는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인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전), 수소, 탄소포집 등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거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자금대출이 이뤄지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LPO 프로그램의 고위급 인사로 일했던 얼라인드 클라이밋 캐피털 설립자 겸 CEO인 피터 데이비슨은 블룸버그에 "에너지 전환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청정기술)를 빼면, 전체 체인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배터리를 포함해 친환경 철강 등 신규 청정기술이 중요한 자금원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성공사례, 솔린드라는 실패사례
블룸버그에 따르면, LPO 자금 대출 성격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성공과 실패 사례가 각각 하나씩 있다. 테슬라가 모델S 세단을 생산하면서 고군분투하던 2010년, 4억6500만달러(약 6248억원)의 자금대출을 받으며, 테슬라가 망하지 않고 현재 세계 최고의 전기차 제조업체로 살아남은 계기가 된 것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반면, 미국 최초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농장 및 제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태양광기업 솔린드라에 5억3500만달러(약 7187억원)의 대출보증을 해 준 것이 하나다. 하지만 솔린드라는 2년 후인 2011년 직원 1000명을 해고해 FBI와 에너지부 감찰관실의 조사를 받았다. 공화당에서는 청문회를 포함해,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 LPO 프로그램의 부정적인 측면이 집중 부각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부활할 때까지 사실상 휴면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콜롬비아대 사빈 기후변화법센터의 기후법 연구원 마틴 록먼은 “트럼프가 의회가 설립한 LPO를 일방적으로 해체할 권한이 없을 것”이라면서 신규 대출 승인을 하지 않는 선택을 예상했다. 초당파정책센터의 에너지 프로그램 고위급 인사인 사샤 매클러는 "미국 정부의 권한을 가진 LPO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투자자는 없다"며 "이러한 대출 프로그램이 없다면, 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