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NGO 그룹, 2026년 기후공시 의무화 요구…UN PRI도 성명 지지

- 공시 의무화 시기는 2026년…법정 공시와 스코프3도 포함 - 공시 의무화 지연, 글로벌 투자자 외면 주의해야…UN PRI도 성명 지지

2024-09-24     송준호 editor
9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 기후환경 NGO 및 민간 싱크탱크 등이 금융위원회의 기후공시 2026년 의무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녹색전환연구소

기후환경 NGO와 민간 싱크탱크가 모여 금융위원회에 2026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개혁연구소, 그린피스,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함께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적어도 2026년엔 기후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성환, 박정현, 박지혜, 위성곤, 이소영,  임미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의무화 로드맵에 ▲2026년(회계연도 2025년) 의무 공시 시행 ▲자산 2조원 이상 사업보고서 제출법인부터 공시 의무화 대상 점진적 확대 ▲법정 공시(사업보고서에 포함) ▲스코프 3(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의무 공시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 의무화 시기는 2026년…법정 공시와 스코프3도 포함

이들은 2026년부터 의무 공시를 시작해야 하며, 사업보고서에 포함한 법정공시로 스코프3 공시도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조발언에서 공시 준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유럽연합과 미국은 별도의 공시 기준을 수립했으며, 주요 20여 개 국가 역시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에 따라 2025년부터 2027년 사이에 의무화 시행 시기를 정하고 법적 기반을 마련 중”이라며 “반면 국내 금융위원회는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국제 자본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적 기반과 시행 로드맵이 빠르게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금융위원회는 2021년부터 ESG 금융제도 전반을 검토해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음에도, 지금까지 첫 단추인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매우 후진적인 행태이며, 비교적 늦은 2027년을 의무화 시기로 잡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이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회의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를 통한 2026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실시가 우리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코프3 배출량 공시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변호사는 “최근 한국회계기준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75%, 국내 투자자의 85%가 기업에 대한 스코프 3 배출량 공시 의무화 원칙이 담긴 공시 초안에 동의했다”며 “이처럼 국내 주요 기업도 정부의 빠르고 명확한 로드맵 제시와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시 의무화 지연, 글로벌 투자자 외면 주의해야…UN PRI도 성명 지지

NGO 그룹은 의무 공시가 빠르게 준비되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각국의 ESG 공시 정책은 전 세계 투자자의 중대한 관심사”라며 “책임투자원칙(PRI),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지속가능한 증권거래소 이니셔티브(SSE Initiative) 등 120개 투자 관련 기관은 지난 5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ESG 공시기준의 2025년 도입을 국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재계의 주장대로 ESG 정보공개 의무화 시점을 미루고 공시 사항과 범위 등을 축소한다면, 당장은 이익일 수 있으나 결국 국내 대·중·소 모든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ESG 투명성과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갈라파고스화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NGO도 이번 성명에 동참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결성한 세계 최대 책임투자 협의체인 UN 책임투자원칙(PRI)은 국내 NGO들이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을 법정 보고 체계에 2026년부터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지지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PRI는 “현재 일관성 있고 고품질의 지속가능성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자본이 넓은 지속가능성 목표를 향해 효과적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PRI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도 의견서를 제출하여, 현재 논의 중인 초안이 국제 정합성, 비교 가능성 및 신뢰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ISSB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도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인플루언스맵은 기후 변화 정책에 대한 기업의 관여 활동 및 영향을 분석해 오픈소스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기후 공시에 기업의 기후 정책 관여 활동과 관련된 거버넌스 구조, 정책 관여 활동의 일치도 모니터링, 기후 정책 관련 위험과 기회 식별, 그리고 정책 관여 활동의 구체적 설명 등을 필수 기준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루언스맵은 기업이 참여한 산업단체의 정책에 대한 입장을 조사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SG 관련 정책을 옹호하지 않는 입장을 가진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 평가 점수가 낮아진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자율공시로의 추진과 2029년 이후 공시, 스코프 3 공시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