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EU CBAM 대응 전략, LCA와 PCF부터
- EU CBAM 대응을 위한 필수 준비: LCA와 PCF의 중요성 - 기업, PCF 진행 후 LCA로의 확장이 적합 - 전과정 평가, 우선 고려사항 ‘운송(Transportation)’ - 치킨게임(game of chicken)과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LCA, PCF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나 제품 탄소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 PCF)을 완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이는 전체 배출량 측정 및 개선 범위에서 제품별, 공정별 탄소 배출량 감축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LCA와 PCF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EU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EU CBAM)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LCA와 PCF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EU CBAM 대응을 위해 준비 필수...LCA와 PCF의 중요성
LCA는 1960~70년대에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작된 자원 소비 및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연구에서 비롯됐고 이후 환경 관련 전반적 영향을 다루는 평가로 발전했다. 1969년 코카콜라에서 유리병과 플라스틱 용기, 즉 포장재의 환경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연구가 LCA의 기초가 되는 최초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자 및 화학산업에서 개념적 발전이 이루어지며 대기 및 수질오염 관련 환경 영향까지 분석의 범위가 확장됐다. 1990년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ISO 14040을 통해 LCA의 원칙과 체계를 규정한 이후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산업에서 제품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LCA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체 생애주기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 과정에 걸쳐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원료 단계부터 생산, 물류(유통), 사용, 폐기(재활용 포함)까지 모든 단계에서의 환경적 영향을 분석하며,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목표 및 범위 설정(Goal and Scope Definition) 단계로 생애주기 평가의 목적과 범위를 설정하고 생애주기의 어떤 단계를 평가할 것인지 경계를 명확히 정한다.
두 번째는 자료 수집 및 전과정(생애주기) 목록 분석(LCI, Life Cycle Inventory Analysis) 단계로 에너지 사용, 투입 원재료 오염물질 등의 데이터를 포함하여 제품 혹은 서비스에 투입되는 자원과 배출과정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 정량화한다. 이렇게 정량화된 수치를 바탕으로 전과정(생애주기) 영향 평가(LCIA, Life Cycle Impact Assessment)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물 사용 등 다양한 환경적 영향을 평가한다.
마지막 해석(Interpretation) 단계에서 앞의 결과에 대한 종합적 분석 및 해석을 진행하고 제품,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개선 방안 혹은 결론을 도출해 낸다.
기업은 LCA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기업과 제품의 모든 공정에서 발생되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여 환경 관련 리스크를 줄여 나가기 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환경 영향 범주는 ①지구 온난화(GWP, Global Warming potential) ②오존층 파괴(ODP, Ozone Layer Depletion Potential) ③자원 고갈(ADP, Abiotic Depletion potential) ④ 산성화(AP, Acidification potential) ⑤부영향화(EP, Eutrophication) ⑥ 광화학산화(POCP, Photochemical Oxidation potential) 6가지로, 정량 단위는 당량(equivalent)이 쓰인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LCA를 완성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PCF(Product Carbon Footprint)가 떠오르고 있다.
PCF는 제품의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한 것으로, 제품의 생산단계에서 물류(유통), 사용, 폐기(재활용 포함)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 및 온실가스가 발생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최근에는 제품 탄소배출량 측정에 Scope 3 탄소 배출량까지 포함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협력사들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PCF는 데이터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LCA에 비해 단순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만을 책정하기 때문에 다른 환경 영향을 확인하고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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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A |
PCF |
EU CB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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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표준 |
ISO 14071 |
ISO 14064-3 |
CBAM Regul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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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 사항 |
방법론에 집중 |
주요 데이터에 집중 |
EU 수출 시 규제 대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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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항목 |
원료채취, 제조, 사용, 폐기 등 모든 환경영향 |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
EU역외국가->EU로 수입되는 6대품목(시멘트,전기,비료,철강,알루미늄,수소) 온실가스 배출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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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포괄성 |
단순성 |
법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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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
환경 평가 진행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간 |
온실가스 배출량만 책정 다른 환경성과 평가 어려움 |
연 1회 필수 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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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
LCA가 ISO 14040,14044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명시 |
PCF 검증으로 탄소발자국 주장의 투명성을 확인 |
CBAM신고서 및 인증서 미제출 시 과징금 부과 |
LCA와 PCF EU CBAM의 비교/필자 자체 작성
기업이 LCA나 PCF와 같은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전과정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2026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인 EU CBAM과 직간접적 관계가 있다. 물론 EU CBAM은 제조 전과 제조 과정에서의 내재 배출량을 산정한다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제품 생산공정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된 시설 배출량만 보고하도록 되어 있어 사무공간, 후생시설, 소각시설, 차량 등은 제외된다. 또한 EU 역외 국가에서 EU로 수입되는 6개 품목(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수소)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럼에도 기업이 전 과정 평가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은 EU CBAM 규제 대응이 다른 지역 및 국가에도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고, 더불어 Net-Zero 달성을 위한 기업 내부 탄소 배출량 감소 전략과 실행방안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PCF 진행 후 LCA로의 확장이 적합
그럼 LCA와 PCF중 기업은 어떤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당연히 LCA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난이도와 활용성 측면, 제품의 특성, 기업의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LCA를 도입하고 중간재(소재, 부품,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은 PCF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중간재 기업들이 LCA 평가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완제품 기업이 LCA를 수행하는 경우, 납품 품목에 한하여 LCA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데이터 분석과 인력 풀 등을 고려해 대기업에서는 제품 및 서비스 전체에 대한 LCA 평가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기초 데이터인 LCI DB를 정부 기관(환경부 및 산하 기관) 및 학계 등에서 연구하여, 국가 표준 LCI DB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우선적으로 PCF를 진행하고 LCI DB를 활용해 LCA로 확장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전과정 평가, 우선 고려사항 ‘운송(Transportation)’
전 과정 평가(LCA)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기업이나 제품에 따라 그 전략은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원료 채취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어, 원재료 재활용 시장이 주목받고 있으며, 생애주기 표기에 대한 법안들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원재료 내용의 경우 몇 번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어 이번에는 LCA에서 원료채취만큼이나 중요한 운송 관련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동일 제품을 생산하는 A와 B 기업은 생산 공정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원료 채취, 제조, 폐기 등의 단계에서 이동 거리에 따라 배출량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역시 이동 경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화해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고 내재화하려는 시도임을 고려할 때 LCA에서 운송의 격차로 인해 지수가 변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전체 탄소 발자국에서 9% 이상 차지하는 애플(Apple)에서도 항공 운송을 해상 운송으로 전환하고, 중량 감소와 포장재 재설계를 통해 운송 중에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 개발, 전기차 활용으로 탈탄소화에 나서며, 운송 측면에서도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선도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전 과정 평가를 준비하는 기업에서는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치킨게임(game of chicken)과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LCA, PCF
전 과정 평가(LCA)는 원료채취 및 운송을 포함한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현재의 환경적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LCA와 제품 탄소 발자국(PCF)의 명확한 기준이다.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A 기업이 선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100을 평가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기준이 될 것이며 경쟁사들은 100 미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려 할 것이다. 평가 시점은 랜덤일 수 있지만, 소비자나 완제품 제조 기업들은 점차 더 적은 배출량을 가진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A 기업은 PCF의 선도 기업이 됐음에도, 다시 경쟁에서 밀려 배출량을 재산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최종 제품의 배출량이 80을 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불합리할 수 있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우리는 더 낮은 배출량을 가진 기업을 선택하겠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끝없는 치킨게임이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은 우려를 충분히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며, 좀 더 먼 시각으로는 공통된 산업의 표준을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주고 많은 제품이 산업 내 규정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