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인도양 보호 위한 세계 최초 다국적 대규모 환경-부채 스와프 추진

2024-09-30     이재영 editor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규모 공동 환경-부채 스와프(Debt for Nature Swap·DNS)를 추진 중이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최소 5개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연합해 인도양 보호를 위한 환경-부채 스와프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경-부채 스와프란 선진국의 정부나 비정부기구(NGO), 금융기관, 환경단체 등이 개발도상국의 부채를 일부 떠안는 대신에 특정 지역의 환경보전을 약속 받는 것을 말한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재원 확보와 대외 채무 경감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인도양은 산호초, 맹그로브 숲이 풍부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생태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 픽사베이

 

아프리카, 세계 최초 공동 환경-채무 스와프 체결 성공할까     

개별 국가가 환경-채무 스와프를 체결한 사례는 다수 있지만, 다수의 국가들이 연합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공동 스와프를 추진 중인 아프리카 5개국의 정확한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케냐,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세이셸, 소말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코모로 등이 참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위 국가들은 서부 인도양 지역의 복원, 보호를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블루 월(Great Blue Wall) 이니셔티브 참여국으로, 재생 가능한 해양 경제 구축을 통해 아프리카 현지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해안 및 해양 복원력 아프리카 지역 책임자 토마스 스베르나(Thomas Sberna)는 해양 생태계 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5년 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노력 이상의 보다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냐,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등 인도양 지역 아프리카 국가들은 본래 풍부한 생물다양성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남획, 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해양 생태계가 파괴돼 생계, 관광 수익, 식량 안보 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업권, 환경 보호 비용 등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어 기후 협력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스베르나 책임자는 이번의 환경-부채 스와프라는 국가간 협력 모델이 성공하여, 그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환경 프로젝트를 위한 더 많은 투자 유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후위기 최전선에 내몰린 국가들은 심각한 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의 경제 구조는 농업, 어업, 관광과 같은 자연 자원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데, 개도국들에게는 이를 위한 자금도, 기술력도 부족하다. 결국 선진국들에게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장기적인 부채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스베르나 책임자는 개도국들이 근본적인 기후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국가총생산(GDP)의 20%를 투입해야 한다며, 이는 일반적인 경제 모델로는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 부채 교환 위해 20억달러 상당의 재원 마련 계획 

이번 환경-부채 스와프의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번 스와프에 각 국가의 채무가 어느 정도 포함될지, 환경보호를 위한 자금의 사용과 감시는 어떤 주체가 담당하게 될지 장기간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베르나 책임자는 협상 지원을 위해 IUCN 등 관련 기관들이 5억달러(약 6589억원)의 양허성 차관(Concessional loan)과 기존의 부채를 자연 채권으로 교환하기 위한 15억달러(약 1조9768억원)의 스와프 자금 등 20억달러(약 2조6354억원) 상당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별도의 전문 기금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허성 차관이란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 국가에 매우 낮은 수준의 이자율 또는 장기 상환 조건으로 제공되는 대출을 말한다.

특히 마다가스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을 보유한 국가로, 이번 스와프 체결을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며, 국제기구, NGO, 다자간개발은행 등 다양한 파트너들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