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투자, 금리 인하에도 대선 불확실성에 주춤

2024-09-30     유인영 editor
이미지=콜라보레이티브 펀드 파트너 소피 바칼라 X(트위터)

뉴욕 기후 주간을 맞아 기후테크에 대한 논의가 오랜만에 활기를 띄고 있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여러 불확실성이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 캐피털(VC) 압박하고 있다고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대부분의 벤처 캐피털이 2024년 상반기 민간 및 공공 시장의 전체 기후테크 지분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던 것에 비해 최근 몇 달 동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250개 이상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한 벤처 캐피털 SOSV의 설립자 션 오설리반(Sean O'Sullivan)은 9월에 발표된 연방 금리 인하로 자본 집약적인 기후 기술에 대한 자금 조달 상황이 나아졌지만,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과 자본 시장의 경색 등 다른 거시적 문제들이 투자자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는 어떤 것도 크게 반전되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리즈 B, C 단계 기후테크 자금조달 어려워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의 파트너인 소피 바칼라(Sophie Bakalar)는 최근 기후테크 투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위한 벤처 자금은 건강한 수준이며,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은 전통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 메커니즘을 통해 은행으로부터 탄탄한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VC 업계에서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으로 알려진 시리즈 B 또는 C 라운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투자자가 꺼린다고 그는 말했다.

사라진 중간(missing middle)이라고도 불리는 이 단계는 스타트업이 상업적 규모에 도달하려고 시도하지만,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중요한 시기다.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기후테크 기업들은 필요한 자산 규모가 너무 커서 벤처 캐피털이 투자하기에는 너무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동시에 인프라 투자자를 유치하기에는 초기 단계로 검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금 격차로 인해 많은 기업이 도태될 수 있다. 많은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2021년 금리가 매우 낮았던 기후테크 호황기에 조달한 자금이 곧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칼라는 향후 6~12개월 동안 “훨씬 많은 합병에 대한 소식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아마존 등 대형 투자자로부터 수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기후테크 기업들도 사업을 포기하는 등 이미 잇따른 파산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투자자들, 미국 선거 앞두고 관망세

미국 대선이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대선 결과가 기후테크 부문에 미칠 영향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탄소 정책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을 받은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도 일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VC들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벤처 캐피털 DCVC는 작년에 기후테크을 위해 3억 달러가 넘는 새로운 펀드를 출범했다. DCVC의 공동 설립자인 재커리 보그(Zachary Bogue)는 미국 대선은 확실한 쟁점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DCVC도 다른 VC처럼 투자를 천천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DCVC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상당수가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에서의 입지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시장 침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임하는 이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기회라고 믿고 있다. 향후 12개월 동안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업종에 대한 답변은 매우 다양했지만, 청정 연료, 에너지 저장,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식품 기술 등이 VC들이 주요 투자처로 꼽는 분야로 여러 번 언급됐다.

SOVC의 오설리반은 앞으로 1년 정도는 소비자 대상 스타트업보다는 기후 솔루션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SOVC는 우유를 사용하지 않는 유제품 제조업체인 퍼펙트 데이를 비롯해 소비자 대상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오설리반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수직적 통합이 필요하다. 자금이 풍부하고 저렴했던 시절에는 수억 달러를 모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금 조달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완전한 수직 통합을 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