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대 전기차 시대 열린다

2021-02-22     박지영 editor

포드의 ‘전기차 올인’ 선언

포드는 2030년부터 유럽에서 오직 전기차만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2위 자동차 회사인 포드까지 ‘전기차 올인’ 기조를 내세우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포드는 유럽에서 2023년에 첫 전기차를 출시하고, 그로부터 1년 후에 두 번째 전기차를 내놓는다. 2026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로 채우고, 2030년이 되면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커넥티드 전기차에 전념하겠다"며 "포드는 전기차에 '올인'하고 누구에게도 그 영역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역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전기차를 미래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서 우리의 계획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이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4000여명이 근무하는 독일 쾰른 공장을 전기차 조립공장으로 전면 개조한다. 스튜어트 롤리 포드 유럽법인 사장은 "90년 동안 유럽 사업 본거지였던 독일 쾰른 공장을 개조하기로 한 것은 포드가 지금까지 결정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며 "전기차와 함께하는 미래가 성장 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출고가 3000만원대, 전기차 확 싸졌다

미국 GM이 공개한 ‘볼트EV'의 신형 모델 가격은 3530만원. 이례적으로 구형 모델보다 50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내놨다. 올 하반기 한국에서도 출시될 예정인데,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는다면 실구매 가격은 2000만원 후반 대까지도 낮아질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신형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GM뿐 아니라 테슬라도 한국 내 인기 모델을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했고, 르노삼성과 현대차도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생산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지만, 이 기회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런 추세라면 2년 뒤엔 전기차 값이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차 가격과 엇비슷해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이 작년 말부터 국내에 수입해 판매 중인 소형 전기차 ‘조에’는 3995만~4395만원으로 책정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다 받으면 서울 기준 기본 모델의 실구매 가격이 2900만원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준중형 전기차 ‘아이오닉5’도 5000만원대로, 보조금을 적용한 실구매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국내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3 롱레인지’의 가격을 종전 대비 480만원 인하한 5999만원으로 정했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데에는 대량생산 확산으로 핵심 부품인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게 핵심 요인이다. 2010년 리튬 이온 배터리의 1kWh당 가격은 1110달러(약 120만원)였다. 지난해엔 132달러(약 15만원)까지 낮아졌고, 2030년엔 61달러로 떨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르면 1~2년 내에 전기차 값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판매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평균을 기준치 이하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배출량이 제로인 전기차를 넉넉히 팔면 내연기관차가 많이 팔리더라도 기준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초기 고객도 가격적인 혜택으로 잡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손익 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선 물량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기 위해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대여 실증 사업’에 나서기도 한다. 전기차를 살 때 일단 차 값만 내고, 배터리는 월 단위로 사용료를 따로 내는 것이다. 배터리 값이 전기차 가격의 30~40%에 달하는 만큼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오래 타서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는 새것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