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제조업, 22조 벌금 우려...배출량 풀링(Pooling) 전략 활용
- 유로7, 22조 벌금 혹은 250만대 차량 생산 중단 - 배출량 규정 맞추기 위해 풀링(pooling) 전략 활용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EU의 새로운 탄소 규제 강화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막대한 벌금 부과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CNBC가 밝혔다.
EU는 2025년부터 EU의 신차 판매 평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상한선을 1km당 93.6g으로 강화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엄격한 배출 목표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2021년 기준인 110.1g/km보다 15% 줄어든 수치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유로7, 22조 벌금 혹은 250만대 차량 생산 중단
이번 유로 7(EURO 7) 규제는 지난 2019년 합의한 것으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도로 운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순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2025년부터 승용차 및 경상용차에, 2027년부터 대형 상용차에 적용된다. 이 규제는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와 수소차에도 적용되며, 특히 NOx, CO, 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 배출 허용치를 낮추고, 새로운 브레이크 및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와 전기차 배터리 성능 요건 등을 추가로 규제한다. 또한, 차량의 수명 동안 배출을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배출 기준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는 단계적으로 설정됐는데, 2025년까지 기존 대비 15% 감축, 이후 2030년에는 45%, 2035년에는 65%, 2040년에는 90%로 감축 목표가 강화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르노의 CEO인 루카 데 메오는 지난달 로이터에 “전기차 판매가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면 유럽 자동차 업계가 약 150억 유로(약 22조1300억원)의 벌금을 지불해야 하거나, 250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BMW, 페라리, 르노, 폭스바겐, 볼보 등을 대표하는 자동차협회인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ACEA)는 “업계가 전기차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2025년의 CO₂ 감축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EU에 긴급한 구제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기차 캐즘에 대한 상황 변화가 규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팀 맥피 대변인은 지난달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아직 15개월이 남았다”며 “잠재적 벌금 규모를 추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배출량 규정 맞추기 위해 풀링(pooling) 전략 활용
전문가들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저렴한 모델 부족과 충전 인프라의 부족,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등이 주요 도전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ICE) 차량의 판매 중단 목표를 연기하고 있으며, 기존 하이브리드 및 ICE 차량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폭스바겐과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최근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이전 목표를 연기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스웨덴의 볼보 자동차도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하고, 대신 자동차의 90~100%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환하며, 최대 10%까지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는 전기차 캐즘 때문이다. ACEA에 따르면, EU의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23년 13.9%에서 올해 12.6%로 하락했고, 전기차 판매 또한 팬데믹 이전 수준 대비 18%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P글로벌 모빌리티의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담당 디렉터인 자비에는 “2024년 유럽 전역의 경제 상황 악화와 일부 국가의 보조금 폐지 또는 축소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요를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규제 미달성 시 발생할 벌금을 피하기 위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배출량 풀링(pooling) 전략을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배출량 풀링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협력하여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공동으로 달성하는 방식으로, 규제 기준에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된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 캠페인 그룹 Transport & Environment는 현재 상황을 규제와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도기적 단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많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도입함으로써 벌금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EU의 강화된 규제는 궁극적으로 대형 SUV와 같은 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차량의 판매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SUV 판매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