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 비용 누가 대나... 스페인 원전업계, 정부 부담금 인상 조치에 소송 제기
스페인 원자력 업계가 정부의 원전 폐기물 부담금 30% 인상 조치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스페인 원자력 로비 단체 포로 누클레아(Foro Nuclear)가 대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고보 보도했다. 에너지 대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와 엔데사(Endesa) 또한 자체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스페인 정부, "원전 해체 비용, 기업이 부담하라"
올해 6월 스페인 정부는 원전 폐기물 관리 비용 상승을 이유로 기업이 지불해야 할 부과금을 MWh당 7.98유로(약 1만1798원)에서 10.36유로(약 1만5317원)로 인상했다.
포로 누클레아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 원전 업계는 폐기물 처리에 연간 약 4억5000만유로(약 6653억원)를 부담하고 있으며, 인상안이 적용되면 여기서 연간 1억3000만유로(약 1922억원)를 더 부담해야 한다.
스페인 정부가 부담금 30% 인상이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온 이유는 원전 폐쇄 목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스페인 정부는 국가 전력 20%를 의존하고 있는 원전을 2035년까지 완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7년부터 스페인 내 원전 가동은 점진적으로 중단된다.
문제는 해체 비용이다. 스페인 정부는 원전 해체 및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약 202억(약 29조8665억원)유로가 소요될 것이라며, 해당 비용은 오염 배출원인 발전소 사업자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로 누클레아는 정부안이 비현실적이라며, 부담금 인상은 결국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원전 해체 시장, "새로운 사업 기회"...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친 원전 국가에서도 '골칫거리'
원천 해체는 까다로운 일이다. 대략적인 작업 기간만 해도 15년 정도 소요된다.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방대한 양의 원전 폐기물 처리도 문제다. 원전 폐기물에는 원자로 부품, 사용되고 난 후의 핵연료, 원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장비, 건축 자재 등이 포함된다.
방사능 포함 정도에 따라 발전소에서 사용된 장갑, 걸레 등은 저준위, 원자로 부품 등은 중준위, 사용 후 핵연료는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스페인의 경우 스페인 방사성 폐기물 관리 공사(ENRESA)가 제염 및 해체 관련 작업을 추진하며, 2024년 6월 기준 호세 카브레라(Jose Cabrera) 해체를 완료한 바 있다. ENRESA는 현재 2개의 원전을 추가 해체 중이다.
스페인 정부는 2073년까지 지하 깊은 곳에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을 보관을 위한 대형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고준위 폐기물은 각 발전소의 임시 저장소에 보관돼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올해 6월 발표한 ‘스페인 원전 정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원전 해체 시장이 열린다”며 향후 건설될 스페인 방폐장의 위치,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전 폐기물을 두고 갈등을 겪는 것은 스페인만이 아니다. 전체 전력 수요의 70%를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프랑스에서도 고준위 폐기물 처리는 골칫거리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1991년부터 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한 뷔르(Bure) 지역에 깊이 500미터, 면적 15㎢에 달하는 대규모 방폐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을 지하 깊은 곳에 안정적으로 격리시키기 위해서다. 1991년에 관련 법 제정을 추진, 2006년, 2013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개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2027년에는 실제 방폐장 건설을 시작, 2035년부터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매립하는 것이 목표다.
30년에 걸친 정부의 노력에도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강력히 반발, 아직 프랑스 원자력규제기관(ASN)은 최종 승인을 내주지 않은 상태다.
핀란드의 경우, 원자력 선도국가 중 하나로, 약 20년 전 유라요키(Eurajoki) 시에 원전을 건설하며 동시에 세계 최초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온칼로(Onkalo) 프로젝트도 승인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해안에 건설되는 처분장은 건설비만 9억유로(약 1조3304억원), 총 비용 50억유로(약 7조3911억원)에 달하며 사용 후 핵연료를 10만년 매립해둘 수 있다. 2025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리서치업체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Coherent Market Insights)는 원전 폐기물 관리 시장이 2024년 약 50억달러(약 6조7360억원) 규모라며, 앞으로 연평균 2.1% 성장, 2031년까지 57억9천만달러(약 7조800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