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기차 아닌 바이오 연료 육성에 박차... 룰라 대통령, '미래의 연료' 법안 서명

2024-10-11     홍명표 editor
 브라질의 그루포 포텐시알의 바이오연료 생산공장 전경./홈페이지.

브라질이 바이오 연료 산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브라질 바이오 연료 기업 그루포 포텐시알(Grupo Potencial)은 6억헤알(약 1451억원)을 투자, 브라질 남부지역인 파라나주에 위치한 바이오디젤 생산시설을 대폭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공장의 연간 바이오 디젤 생산 용량은 16억2000리터로, 현재 9억리터를 크게 상회하게 된다. 대두유(콩기름) 기반 바이오 디젤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루포 포텐시알 대표 아르놀도 하머슈미트(Arnoldo Hammerschmidt)는 이번 투자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글로벌 노력의 일환”이라며 브라질 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브라질 에너지 믹스의 안정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확장 공사는 2025년에 시작돼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브라질의 주요 에탄올 생산업체 FS 바이오에네르지아(FS Bioenergia) 또한 친환경 에탄올의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FS 바이오에네르지아가 탄소 배출 없는 에탄올 생산을 위해 4억6000만헤알(약 1114억원) 규모의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S 바이오에네르지아는 이미 해당 프로젝트에 1억1000만헤알(약 266억원)을 투입한 바 있으며, 탄소 포집 장비 구입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3억5000만헤알(약 847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FS 바이오에네르지아가 바이오 에너지 탄소포집 및 저장(BECCS) 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에탄올 생산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ECCS 기술은 발전소나 공장에서 식물 기반의 바이오매스를 연소시켜 전기 등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지하에 격리해 궁극적으로 대기 중의 탄소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FS 바이오에네르지아는 BECCS 기술을 활용해 탄소 네거티브 에탄올을 생산,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새로운 바이오 연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투자를 통한 탄소 포집 시설 구축은 2025년 공사를 시작, 2026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룰라 대통령, '미래의 연료' 법안 서명... 62조 투자 유치 기대

브라질의 에너지 전환, 전기 아닌 바이오 연료  

두 기업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브라질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 8일(현지시각)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 signs) 브라질 대통령은 바이오 연료 산업 육성을 위한 ‘미래의 연료(Fuel of the Future)’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휘발유에 혼합되는 에탄올 비율을 기존 18~27.5%에서 22~35%로 상향 조정하고 디젤에 혼합되는 바이오 디젤의 비율도 현재 14%에서 2025년부터 1%씩 증가시켜, 2030년에는 20%에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2027년부터 SAF 사용 의무화,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 폐기물에서 나오는 가스를 정제한 바이오 메탄 도입 등 브라질 경제의 탈탄소화를 위한 바이오 연료 관련 정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브라질이 일반적인 배터리 충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여건이 열악하고, 비용 부담 역시 크다며 에너지 전환의 수단으로 전기차보다는 바이오 연료를 채택했다고 분석했다. 사탕수수, 옥수수 등 바이오 연료로 쓸 수 있는 바이오 매스가 풍부한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과거 브라질은 구형 폭스바겐 비틀에 자국에서 생산한 에탄올을 주입하여 사용했었다./픽사베이.

실제로 이미 브라질은 1970년대부터 에탄올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으며, 2003년경에는 가솔린과 에탄올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연료 기술도 도입했다. 브라질이 에너지 전환을 바이오 연료 중심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이번에 발표된 그루포 포텐시알과 FS 바이오에네르지아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정부 정책에 따른 바이오 연료 수요 증대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룰라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통해 2037년까지 약 7억500만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600억헤알의 투자(약 63조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