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정전과 그린뉴딜 헤게모니 각축전
겨울에도 영상 10도에 가까운 기온을 유지하는 텍사스 주에 30년 만에 최강 한파가 닥치면서 영하 18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이번 한파로 주 발전용량의 40%가 끊기면서 330만 채에 달하는 주택과 건물에 전력 공급이 중단돼 6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파로 텍사스의 발전원은 일제히 멈춰섰다. 천연가스는 석유 생산과정 부산물로 나오는데, 한파에 유정과 석유 정제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고 파이프라인 또한 얼어붙어 가동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는 4곳 중 1곳이 작동을 멈췄고, 석탄 발전소도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 풍력발전은 터빈이 얼어붙어 절반가량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송전망 과부하를 우려한 당국은 전력 공급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텍사스 주민 60%는 전기난방을 사용한다.
이례적인 한파에 정전까지 닥치면서, 몇몇 보수인사의 분노의 화살은 재생에너지를 향했다. 텍사스는 지난해 전체 40%를 차지하던 석탄화력발전소를 18%까지 줄이고, 풍력 발전소의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천연가스(44%)와 풍력(23%)을 주 전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석탄은 18%, 원자력은 11%를 차지한다. 보수인사들은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는 재생에너지를 주 전원으로 사용한 것이 이번 정전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텍사스주를 전반적인 전기 부족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은 풍력발전”이라며 “화석연료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보수지인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텍사스는 그간 풍력과 태양에너지 의존도를 높여왔는데, 이번 한파로 매일 안정적인 전력원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그린 뉴딜이 진전되면, 텍사스에서 일어난 일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텍사스 주 텍사스전력신뢰도위원회(ERCOT)는 “정전 사태의 원인은 주로 천연가스에 있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에서 가동 중단으로 손실된 전력이 30기가와트고, 풍력 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의 손실은 16기가와트로 나머지 전원 손실률의 절반 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니얼 코헌 휴스턴 라이스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모든 전력원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가스발전의 공급 부족량이 다른 전력원들의 부족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