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동, 스마트폰 앱으로 걸었는데... "앱 회사 파산하면 어쩌나"
에너지 전환에 있어 커넥티드 소프트웨어(Connected Software)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미국 전기차 제조기업 피스커(Fisker)와 미국 태양광 에너지기업 선파워(SunPower)의 파산으로 이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커넥티드 소프트웨어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태양광 패널, 전기차, 가전제품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플랫폼에서 이용하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 종료 시 책임은 누구?
피스커, 전기차 제어 프로그램 중단... 디지털 키 고장나면 운행 못해
디지털 서비스 제공업체의 파산이 소비자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특성상, 이를 판매한 업체가 사라지면 프로그램에 대한 오류 처리, 업데이트 서비스도 불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자동차 및 주택 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선파워가 지난 20년동안 50만대 이상의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을 판매, 설치해왔으며, 피스커 또한 파산 전까지 약 7000대의 전기차 SUV 모델 오션(Ocean)을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두 기업의 파산으로 수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와 태양광 서비스의 이용에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실제로 피스커는 차문 잠금 장치 해제, 시동 걸기, 에어컨 및 히터 작동시키기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당 앱이 피스커의 파산으로 서비스가 종료된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시 단 1개씩만 제공된 디지털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키가 분실되거나 고장이 나면 차량 운행이 어려워진다.
블룸버그는 오션의 차량 가격이 7만달러(약 9486만원)에 달한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피스커 측의 조치에 온라인 공간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스커 소유주 단체(Fisker Owners Association)는 소유주들을 대변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피스커 측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다.
미국 비영리 소비자보호단체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의 정책 연구원 스테이시 히긴보텀(Stacey Higginbotham)은 소프트웨어 지원이 부족할 경우, 제동 결함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이 인터넷 등을 통해 본 제품과 연동시킬 수 있는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개발할 경우, 제품의 예상 수명 기간 동안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자본도 할당해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파산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 자금을 별도로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스커는 2016년 설립된 미국의 전기차 기업으로, 수요 부진 및 유통망 악화 등으로 인해 고전하다가 결국 올해 6월 파산을 신청했다.
경쟁업체에 매각된 선파워...
태양광 패널 소프트웨어 관리는 별도의 업체가 맡게 돼
50만명의 선파워 고객들도 난처해졌다. 선파워가 제공해오던 태양광 소프트웨어 마이선파워(mySunPower)의 운명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마이선파워는 태양광 패널의 전력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전력망에 공급하는 전력의 양을 기록해 향후 재생에너지 크레딧을 발급받는데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시스템 문제 발생시 이를 감지해 유지보수업체에 알리고, 패널과 연결된 배터리의 상태 및 가정 내 에너지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선파워의 주요 자산은 컴플리트 솔라리아(Complete Solaria)가 인수하기로 했으며, 선파워의 주거용 태양광 패널의 유지보수는 엔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가 관리하기로 별도의 합의가 체결되었다고 보도했다.
엔페이즈 에너지는 웹사이트를 통해 마이선파워 소프트웨어를 엔페이즈의 프로그램과 연동시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5년 설립된 선파워는 실리콘밸리의 기후테크 1세대 기업으로, 주로 미국에서 가정용 태양광 패널 설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고금리, 중국의 저가 공략,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보조금 삭감 등으로 인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8월 나스닥에서 상장이 폐지됐다. 선파워는 파산 신청에서 총 12억2000만달러(약 1조6533억원)의 자산과 11억2000만달러(약 1조5178억원)의 부채를 보고했으며, 컴플리트솔라리아에 4500만달러(약 610억원)에 주요 자산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