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유럽산 전기차...스텔란티스 CEO, "탄소규제 불만" 강력 반발, 프랑스선 보조금 축소 발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위협하는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관세 45.3%가 부과되는 극약처방이 내려졌음에도,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불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독일에 이어 프랑스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전기차 업계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물은 푸조,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4위의 다국적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다. 스텔란티스 CEO인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현행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 규정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 비용이 40%나 증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값비싼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타바레스 CEO는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경쟁업체들이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중국이 비용 측면에서 30% 더 유리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바레스 CEO는 또한, 이탈리아의 높은 에너지 비용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스텔란티스의 공장이 있는 스페인에 비해 이탈리아의 에너지 비용이 두 배에 달한다"고 비판하며, "스텔란티스의 많은 공급업체들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자사가 비용 절감 노력을 일부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가 전통적인 가솔린 차량과 동일한 가격대에 도달하지 않는 한 시장에서 자리잡기 어렵다며, 국가가 일관된 구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수요를 촉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출했다. 그는 또 13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유럽 내 공장에 투자함으로써 관세 장벽을 우회할 것"이라며 "이 공장들은 유럽 국가들에서 보조금을 받아 운영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U의 높은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비야디(BYD), 체리(치루이), 샤오펑(엑스펑) 등 자동차 업체는 유럽 내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독일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타바레스 CEO는 "스텔란티스 역시 중국의 약진에 밀려 유럽 내 실적이 악화한다면 유럽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폐쇄하거나 중국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 주가 하락과 비용 상승, 중국산 전기차 때문에 고전
다른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러나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피아트, 푸조, 알파로메오, 지프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가 이탈리아 내 생산을 축소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스텔란티스의 이탈리아 내 차량 생산량은 2023년 75만1000대에서 50만대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2024년 수익 예측치를 하향 조정하며, 예상보다 더 많은 현금이 소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2위 자동차 제조업체인 스텔란티스가 미국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판매량 기준 세계 4위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스텔란티스는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중국 경쟁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다른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주가는 올해 약 40% 하락하며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BMW와 메르세데스 또한 예상보다 낮은 수익을 보이고 있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 1/3로 축소, 배출은 강화
이런 와중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보조금 삭제 규정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구매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구매 지원금을 3분의 1로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차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재무부는 "규모의 경제와 배터리 기술 발전 덕분에 전기차 비용이 낮아졌고, 전체 차량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여 보조금의 필요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의 전기차 구매 지원 프로그램에는 15억 유로(약 2조2200억원)가 배정되었으며, 이 예산은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000유로(약 1036만원)의 보너스를 제공하고, 저소득 가구가 월 100유로(약 15만원)로 전기차를 임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프랑스 재무부는 이번 보조금 삭감이 보너스나 임대 숫자, 또는 프로그램 각 부분에 할당된 기금의 비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프랑스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17%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의 막대한 벌금을 피하려면 판매하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되면 프랑스 내 전기차 판매에 타격이 예상된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독일 교통 당국(KBA)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조금 프로그램 종료 후 독일의 전기차 판매가 급락했으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16.4%에서 올해 초 12.6%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