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노동자 사망사고에 청문회서 “사퇴하세요”

2021-02-23     박지영 editor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폭격을 맞았다. 연일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관련,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최정우 회장”이라며 최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사업장 내에서는 총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노동자 가운데 원청 노동자가 5명이었고, 하청 노동자는 14명이다. 최 회장의 재임기간으로 한정할 경우 사망자는 14명이다. 다만 이중 최 회장이 취임한 시점인 2018년 7월 이후 사망자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근로자는 현재 8명이라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잇따른 산업재해로 노동자에게는 ‘죽음의 일터’라고 불리는 포스코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서 환경(E) ‘A등급’ 지배구조(G) ‘A+등급’을 부여받았으나 사회(S) 부문은 ‘B등급’을 받았다.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에도 최 회장이 연임을 하려고 하자, 국민연금 내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해 ‘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의 연임은 이사회에서 통과돼 3월 주주총회 의결만 앞두고 있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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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문회에서도 최 회장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임종성 의원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한 단계 하락했다"며 "자진 사퇴할 생각 없냐"고 물었다.

임 의원은 "최 회장이 직접 안전경영을 실현할 때까지 현장을 책임지겠다 했는데 취임 이후 사망사고만 9건 발생했다"며 "포스코의 노동안전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최정우 증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포스코는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 신설했는데 ESG 경영의 가장 나쁜 사례가 최정우 회장"이라며 "근로자 사망사고에 더해 대기오염 물질을 대량 배출해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입혔고 노동자 직업 안전과 포항 주민들 환경 조사를 외면해 ESG 경영에 반했다"고 지적했다.

자진 사퇴 의사에 대해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거듭 안전 최우선 경영을 강조했고, 지난 3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자하면서 노후시설 위험요인, 협력사 직원 안전문화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며 "의원께서 안전을 잘 책임지라는 질책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임 의원은 "질책이 아니라 자진사퇴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스코는 또 산재를 감추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포스코 사내 e메일을 보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위험성 평가로 지적되지 않도록’ 2018~2020년 위험성 평가 보고서 수정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포스코는 2019년 산재 발생을 5건이나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포스코 노동자들의 특정 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크게 높은데도 지난 7년간 1만2693건 작업환경 측정에서 단 1건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포스코 부속의원의 ‘셀프 측정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불시 측정을 해서 측정기관이 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잇단 노동자 산재사고...

재발 방지 대책 나오나

GS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 등 건설업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안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매년 건설현장에서만 500명 이상이 사망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 추락, 낙하, 끼임 등 후진국형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포스코, 현대, GS 등 건설 3사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도 각각 10명, 7명, 4명으로 1~3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무현 GS건설 대표는 "산업재해가 다발적으로 발생해 송구스럽다"며 "중대재해법 제정을 계기로 대기업, 중소기업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추락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안전 관련 장비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도 "산재를 예방하고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산재의 책임을 노동자의 탓으로 미루는 듯한 발언을 해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결국 발언을 정정했다. 한 대표는 이수진 민주당 의원의 '하청의 재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사고 대책' 질의에 "안전한 작업장을 추구하려면 우리 협력사 직원들이 안전 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동자들의 불완전한 행동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고 즉각 비판했고 같은당 장철민 의원도 "어떤 종류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사망자가 나왔느냐"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 대표는 “책임전가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쿠팡 또한 노동자 산재 사고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네이든 대표를 향해 “단기간에 급성장한 쿠팡에 산재도 2017년 48명에서 2020년 224명으로 5배 늘었다. 쿠팡은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경북 칠곡물류센터 근무 후 숨진 고(故) 장덕준씨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네이든 대표는 “고인과 유족분들에게 깊은 사죄와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직원 산재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반복된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은 '위험의 내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임이자 의원의 지난달 파주사업장 화학물질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질의에 "위험물질과 관련된 작업들, 중대 위험물질 작업들, 이런 문제들은 상호 소통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통제하는 방안 추진 중"이라면서 "'위험의 외주화'와 180도 다른 개념으로, 내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는 포스코건설 한성희, 현대중공업 한영석, LG디스플레이 정호영, GS건설 우무현, 현대건설 이원우, CJ대한통운 박근희, 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 등 건설·제조업·택배 분야 각각 3개씩 모두 9개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