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기후 위기의 첫 번째 희생자”…GCEW, 세계 최대 규모 연구 결과 발표

2024-10-21     유인영 editor
물 순환 도식도 / GCEW

2050년까지 경제 성장을 최소 8% 감소시키고 세계 식량 공급의 절반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 협약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 CNN, 가디언 등 외신은 세계물경제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the Economics of Water, GCEW)의 최신 보고서 '물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Water)'을 인용하며,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토지 이용, 지속적으로 잘못된 관리로 인해 전 세계 물 순환이 '전례 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GCEW는 네덜란드 정부가 2022년 설립하였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원을 받는다.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로 구성된 GCEW는 물 경제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와 지구 경제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물 리스크의 모든 측면을 조사하고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결과를 담았다.

 

“중국 경제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의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에 의존"

GCEW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서는 하루에 50~100리터가 필요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식량, 의류, 소비재 등의 형태 쓰이는 물을 고려하면 적절한 영양 섭취와 품위 있는 삶을 위해서는 하루에 약 4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강과 호수의 '푸른 물'과 토양과 식물에 저장된 '녹색 물'을 구분하여 분석했다. 그동안 녹색 물은 푸른 물에 비해 간과돼 왔지만, 녹색 물 또한 대기를 순환하며 육지에서 내리는 강우의 절반 가량을 생성하는 중요한 담수 자원이라는 것이다. 녹색 물의 영향은 국가별로 불균형한데, 인도와 브라질은 국토가 다른 지역으로 녹색 물을 공급하는 주요 수출국이며, 중국과 러시아는 주요 수혜국이다. 

포츠담 연구소 기후 영향 연구 책임자이기도 한 요한 록스트룀(Johan Rockstrom) GCEW 공동 의장은 “중국 경제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발트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에 담수를 공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호 연결성은 세계 경제에서 담수를 글로벌 공동선(global common good)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물 관리 거버넌스 필요…UN, 50년 동안 물 컨퍼런스 단 한 차례 개최

록스트룀은 연구 결과가 놀라울 정도로 극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물은 기후 위기의 첫 번째 희생자”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의 영향은 전 세계의 물 시스템에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심각한 혼란을 겪거나 심지어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 아마존의 가뭄, 유럽과 아시아의 홍수 등은 극한 날씨의 예시이다.

지구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대기에 7%의 수분이 추가되며, 물 순환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숲을 벌목하고 습지를 훼손하는 행위도 녹색 물에 따른 순환을 망가뜨린다.

보고서는 전 세계 농업에 대한 보조금이 농지에서 과도하게 관개하거나 물을 낭비적으로 사용하도록 잘못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산업계가 물 사용에 대한 보조금을 받거나 폐수로 인한 수질 오염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공동의장은 물 문제가 기후뿐만이 아닌 여성 인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여성에 대한 강간과 학대의 대부분이 물을 길으러 갈 때 발생한다"며, “아동 사망률, 성평등, 식량 안보 부담 등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수자원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연합(UN)은 지난 50년 동안 물 컨퍼런스를 단 한 차례만 개최했고, 지난달에야 물 특사(Special Envoy on Water)를 임명했다. 싱가포르 대통령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Tharman Shanmugaratnam) 공동 의장은 "각국이 너무 늦기 전에 수자원 관리에 대한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