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기업들, 중국산에 대항하는 2000만원대 저렴한 전기차 출시
미국을 비롯한 유럽이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 때문에 고민이 깊다. 미국에는 아직 중국산 전기차의 진출이 미미하지만, 유럽은 사정이 다르다. 이번달 14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모터쇼에는 예년보다 유럽 자동차제조사들의 저렴한 전기차가 대거 선보였다.
유럽의 청정 에너지와 교통 캠페인 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의 차량 및 전기 이동성 공급망 부문 수석 이사 쥴리아 폴리스카노바(Julia Poliscanova)는 파리모터쇼를 둘러보고 "유럽이 반격하는 것 같다"고 CNBC에 소감을 말했다.
유럽 브랜드들은 올해 파리 모터쇼에서 저가형 전기차를 공개하며 수요 침체를 해소하고 현재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일부 회복하려고자 했다.
T&E의 수석 이사 폴리스카노바는 "시트로엥, 푸조, 르노는 모두 작고 저렴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대중시장에 필요한 것이고, 사람들이 더 많이 차량을 구매하게 하는 것이며, 중국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렴한 전기차 모델이 부족하고, 예상보다 낮은 충전 인프라 구축, 중국과의 무역 전쟁 심화 등 엄청난 난관에 직면해 있다. 유럽연합의 배출 감소 목표가 발효되면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에서는 엄청난 벌금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긴급 구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 제조사들, 중국산에 대항할 수 있는 2만 유로 전기차 출시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촉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파리 모터쇼를 플랫폼으로 삼아 다양한 저가 모델을 출시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르노(Renault)는 처음으로 트윙고(Twingo) E-테크(Tech) 전기 프로토타입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르노는 2026년 시장에 출시될 때 순수 전기차인 트윙고 E-테크의 가격이 2만유로(약 2977만원) 미만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 전기차로 등장하는 트윙고는 르노가 1992년부터 생산한 1세대 트윙고에 이어 4세대에 해당한다.
또한, 르노는 소형 전기차 SUV인 R4를 공개했고, 이미 전기 R5 모델에 대한 주문을 받고 있다. 르노 그룹 산하의 자동차 브랜드인 다치아(Dacia)는 스프링(Spring) 모델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 중 하나라고 밝혔다. 스프링의 전기차 SUV의 가격은 2만유로(약 2977만원) 미만으로 전기 SUV치고는 상당히 저렴하다.
한편, 자동차 생산량 기준 세계 4위의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새로운 소형 시트로엥 C4와 C4 X를 출시하면서 이 모델들을 자동차 제조업체가 에너지 전환 과제에 대응하는 '완벽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T&E의 수석 이사 폴리스카노바는 "사람들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식었고 소비자 수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올해 유럽에서는 저렴한 모델이 없어서 사람들은 비싼 프리미엄 차량을 사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에 차량이 적절한 가격대에 들어오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리스카노바 수석 이사는 저가형 전기차가 여러 대 출시됨에 따라 내년에는 전기차 판매가 올해 14%에서 최대 24%까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된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서방 자동차 제조업체가 중국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인 JATO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중국의 전기차 평균 소매 가격은 약 3만1000유로(약 4614만원)였다. 같은 기간 동안 전기차의 평균 소매 가격은 유럽에서 6만6000유로(약 9823만원), 미국에서는 6만8000유로(약 1억원)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