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금융보호국, 오픈뱅킹 규정 발표...미국은행들 반발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소비자가 자신의 금융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고,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을 부여하는 규정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오픈 뱅킹 룰(open banking rule)’로 알려진 이 규정은 소비자가 계좌 정보, 거래 내역, 잔액 등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소비자가 선택한 다른 금융기관, 신용카드 발급 기관 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규정은 지난 2010년 의회가 소비자 금융 보호법 1033조를 제정한 이후 14년만에 활성화되었다.
CFPB의 로힛 초프라(Rohit Chopra) 이사는 "너무나 많은 미국인이 형편없는 금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상품에 갇혀 있다. 오늘의 조치는 사람들이 은행 계좌, 신용카드 등에서 더 나은 요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규정에는 당좌 예금 및 선불 예금, 신용카드, 디지털 지갑 등이 포함되며,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또는 자동차 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 제공업체는 수수료 없이 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요금과 서비스가 우수한 공급업체로 더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또 금융 기관 경쟁이 평준화되고 소비자 선택을 촉진함으로써 대출 가격을 낮추고 결제, 신용, 은행 시장 전반에서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오픈 뱅킹 규정은 제3자가 소비자의 데이터를 비밀리에 수집,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없도록 보장한다. 이를 통해 스크린 상에서 데이터를 추출 및 수집하는 ‘스크린 스크래핑’을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금융 기관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상품을 개선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CFPB는 전망했다.
규정은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자산 규모가 큰 제공 업체는 규모가 작은 제공 업체보다 더 빨리 새로운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자산이 8억5000만달러(약 1조 1753억원)가 넘는 은행과 신용 조합은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가장 큰 기관은 2026년 4월 1일까지, 가장 작은 기관은 2030년 4월 1일까지 따라야 한다. 특정 소규모 은행 및 신용 조합은 이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CFPB는 전했다.
미국 은행들, 기업 간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며 반발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쉽게 금융기관을 옮길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은행들은 고객의 이탈과 시장 점유율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은행 그룹인 은행 정책 연구소(Bank Policy Institute)와 켄터키 은행원 연합(Kentucky Bankers Association)은 정책이 발표된 22일 늦게 미국 지방 법원에 규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규제 기관이 권한을 넘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규제의 발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소비자 은행가 협회(Consumer Bankers Association)의 대표 린지 존슨(Lindsey Johnson)은 성명을 통해 “CFPB가 수천 명의 제3자가 소비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규칙을 승인한 의회 법령을 왜곡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핀테크 스타트업인 플레이드(Plaid)와 데이터 애그리게이터인 아코야(Akoya), 전자 결제 플랫폼 페이팔(PayPal)과 같은 회사가 회원으로 있는 금융 기술 협회(Financial Technology Association)는 이 규정을 칭찬하며, 이 규정이 소비자 데이터의 안전한 전송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핀테크 협의회(AFC)는 "교차 판매 서비스 및 표적 광고에 대한 소비자 데이터의 2차 사용을 부적절하게 금지하는 등 소비자 데이터 조항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불평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