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SG 펀드 청산 급증, 그린워싱 규제 '독' 됐나... 미국 시장은 자금 유출 둔화돼
- 유럽 ESG 펀드, 그린워싱 규제 강화로 청산율 급증 - 미국 자금 유출 속도는 크게 둔화... ESG 투자자산 성장률도 미국 증시 평균 수치와 동일
ESG 투자 시장이 강력한 규제 아래 급변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모닝스타는 '글로벌 지속 가능한 자금 흐름: 2024년 3분기 리뷰(Global Sustainable Fund Flows: Q3 2024 in Review)'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까지 유럽에서 349개의 ESG 펀드가 청산 또는 합병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351개 ESG 펀드가 청산되었으며, 올해 청산 펀드 수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럽 ESG 투자, 규제 강화로 주춤
모닝스타는 유럽 ESG 펀드 청산율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강력한 규제를 지목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EU 지속가능 금융공시규제(SFDR)을 도입,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펀드만 ESG 펀드로 분류될 수 있다. ESG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해당 펀드의 ESG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성과 지표(KPI)를 수립해 보고해야 한다.
유럽 ESG 펀드의 청산 흐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부터 적용될 ESG 펀드 명명 규칙 때문이다. 올해 5월 유럽증권시장청(ESMA)는 ESG 펀드의 명칭에 관한 최종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ESG 또는 지속가능성 관련 용어를 사용하는 펀드는 자산의 최소 80%는 지속가능성을 충족하는 투자에 자산을 할당해야 한다. 지침의 발효일은 오는 11월 21일이며, 기존 펀드의 경우 발효일로부터 6개월 후인 2025년 5월 21일부터 적용된다.
자금 유입 규모도 줄었다. 3분기 유럽 ESG 펀드 자금 유입액은 103억달러(약 14조3098억원)로, 2분기 111억달러(약 15조4212억원)보다 감소했다.
다만 자산 가치 상승, 신규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전체 ESG 펀드 자산 규모는 꾸준히 상승하여 3분기 2조8000억달러(약 3890조원)를 기록, 2분기 2조6000억달러(약 3615조원)보다 약 6% 증가했다.
미국 ESG 투자 시장 바닥쳤나... 지금 유출 속도 둔화
분위기가 꺾인 유럽과 달리 미국 ESG 투자시장은 자금 유출 속도가 완화되고 있다. 3분기에도 미국 ESG 펀드는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그 규모는 23억달러(약 3조1954억원)로, 2분기 47억달러(약 6조5297억원)에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실제로 3분기 지수를 추종하는 ESG 패시브 펀드에는 약 13억달러(약 1조8061억원)가 유입됐다. 반면 액티브 펀드에서는 36억달러(약 5조15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액티브 투자는 펀드매니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 전략으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반면 패시브 투자는 시장 평균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채권형 ESG 펀드에는 7억2400만달러(약 1조58억원)의 자금이 유입되었으나, 주식형 ESG 펀드에는 3억달러(약 416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고금리로 인해 운용 비용이 저렴하고 리스크가 낮은 인덱스 펀드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보고서는 미국 ESG 펀드 총 자산이 325억달러(약 45조1522억원)로 2분기 333억달러(약 46조2637억원)에서 5.6%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체 주식시장 자산 성장률인 5.7%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신규 펀드 론칭 개수는 여전히 저조했다. 3분기 동안 미국에서 새롭게 출시된 ESG 펀드는 단 1건이었으며, 청산된 ESG 펀드는 12개다.
보고서는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ESG 펀드는 적응과 재조정을 거쳐 지속될 것이며, 다만 일부 펀드들은 지속가능성이나 ESG 관련 명칭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ESG 펀드는 약 7600여개이며, 총 자산 가치는 3조3000억달러(약 4584조 69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