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BESS 용량 4년간 20GW 늘어…원전 20기 수준
- 2025년까지 현재의 2배 추가 예상 -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성장 견인
간헐적인 특성을 가진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미국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설치의 속도도 높이고 있다. 배터리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뿐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에 따른 정전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가디언은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를 인용하며, 2020년 이후 미국 전력망에 20GW(기가와트)가 넘는 배터리 용량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20기에 해당하는 전력 생산 용량이 불과 4년 만에 전력망에 추가된 것으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만 해도 5GW가 설치됐다. EIA는 2025년까지 현재 용량이 두 배인 40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성장 견인
유틸리티 규모의 배터리 저장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기업에 기회가 생겼으며, 특히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같은 주요 시장에 조기에 상당한 투자를 한 기업이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배터리 저장 능력 확대에서 선두에 있으, 2023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에 7.3GW, 텍사스에 3.2GW의 배터리 저장 용량이 설치됐다.
지난 9월 23일,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Engie)는 미국에서 설치한 BESS 설치 용량이 1.8GW를 넘어섰으며, 이 중 1GW는 2024년 1월 이후 추가됐다고 밝혔다. 엔지는 미국 전역에서 24개 BESS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6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미국 내 최대 BESS 운영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텍사스의 전력망 시스템을 지원하는 독립 배터리 운영사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글로벌 로펌 화이트 앤 케이스(White & Case)에 따르면, 2월 중순에 아레본 에너지(Arevon Energy)와 블랙스톤(Blackstone)은 캘리포니아에서 200메가와트(MW) 규모의 콘도르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를 위해 3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같은 달 말에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스트라타 클린 에너지(Strata Clean Energy)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255MW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를 위해 5억5900만달러(약 7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미국 BESS 시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정책 지원의 혜택도 받고 있다. IRA는 독립형 BESS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세액공제(ITC)를 제공하고 있다.
BESS,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최근 몇 년간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도입이 대폭 늘어나면서 배터리가 재생에너지의 불규칙성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텍사스는 전력망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주로, 기후변화에 따라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2월의 겨울 폭풍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기에 대형 배터리 덕분에 지역 전역의 정전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전력망 관리기구인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국(CAISO)은 올여름 여러 차례 폭염이 발생했음에도 고객에게 절전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는 4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순환 정전을 단기적으로 시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영리단체인 북미전력안정성위원회(NAERC)의 존 모우라(John Moura) 이사는 “기존 전력망 시스템은 BESS를 고려해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적응 과정에 있지만, BESS는 전력 신뢰성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BESS는 전기를 필요할 때 원하는 시간에 공급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타임머신 같은 역할을 한다”며 새로운 전력 공급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