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석탄투자 61%지만 신용등급은 AA... 더 무서운 좌초자산 빚더미가 남아있다
한국전력(한전)이 좌초자산으로 분류된 화석연료에 61%나 투자했지만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A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IEEFA(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 크리스티나 엔지 선임연구원은 “석탄 발전을 고수하고 있는 한전의 신용등급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보증 때문”이라며 “세계 8위 규모로 석탄 발전 기업인만큼, 보이지 않는 리스크는 더욱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EEFA는 ‘한전 그린본드, ESG 시장 기대에 못 미치다’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보고서는 ”수치로만 보면 모집액의 10배가 넘는 돈이 몰려 성공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주요 ESG 투자자에게선 외면받았다“며 ”석탄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ESG 관련 사안을 대하는 방식을 고려할 때, 한전의 그린본드를 신뢰하긴 쉽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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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기후솔루션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금융분과가 공동 주최한 '자본시장과 탄소중립 시대' 세미나에서 엔지 연구원은 "한국, 중국, 일본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은 석탄 투자의 비중도 높았다"며 "이들 국가의 발전사들은 부채 비율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은 신용평가 등급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IEEFA의 자료에 다르면, 한전의 경우 화석연료 투자비율이 61%에 달했으며 부채 비율은 51.4%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S&P, 무디스, 피치로부터 각각 AA·Aa2·AA-를 받아 상위 등급을 기록했다. 중국의 5대 국영 발전 기업 중 하나인 중국 후안넹(China Huaneng) 또한 화석연료 투자율이 72%, 부채 비율이 85.4%지만 A-·A2·A를 받았다.
| 기업명 |
평가등급 (S&P/무디스/피치) |
부채율 |
화석연료 투자비율 |
재생에너지 투자비율 |
|
한국전력 |
AA/Aa2/AA- | 51.4% | 61% | <1% |
|
중국 후안디안 (Huandian) |
A-/A2/A | 85.2% | 71% | 11% |
| 인도네시아 전력공사 | BBB/Baa2/BBB | 29.1% | 90% | 2% |
|
인도 전력공사 (NTPC Limited) |
BBB-/Baa3/BBB- | 59.4% | 93% | 2% |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100% 이하면 양호하다고 판단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재무제표엔 좌초자산인 석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엔지 연구원은 "이들 기업들은 좌초자산인 석탄에 극도로 의지하고 있다"며 "재무제표 상엔 반영되지 않은 좌초자산이 실제 리스크로 다가오면, 암묵적인 보증을 서 준 국가까지도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피치는 “향후 수십 년 이내 화석연료는 좌초자산으로 분류 돼 국가 신용등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2040년까지 1단계, 2050년까지 2~3단계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엔지 연구원은 “국가가 보증해 준 기업이 겪는 리스크는 결국 모두가 함께 안게 될 것”이라며 “화석연료 산업이 겪고 있는 다양한 변화와 관련된 리스크를 묵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