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이해관계자 분석, 내년을 위한 준비

- 이해관계자 분석, 내년을 위한 준비 - ESG 평가 등급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 - 모두 대응해야 할까? -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의 시행 -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 결과의 활용 - 이해관계자 분석의 필요성

2024-10-31     임팩트온(Impact ON)

이해관계자 분석, 내년을 위한 준비

 기후변화로 인해 이전보다 늦게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일 년 중 온도, 습도 모두 가장 쾌적하기 때문에 독서, 운동 등 성격이 다른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기에도 적정한 가을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두려운 시기이다. 지난해의 지속가능경영 성과에 대한 ESG 평가 기관들의 평가 결과가 공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ESG 평가 등급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

 물론 우수한 ESG 평가 등급이 우수한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담보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전 글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신용평가를 시행하는 평가 기관들은 신용 리스크를 디폴트(default)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평가대상의 디폴트 발생 가능성에 대해 등급을 제시한다. 하지만 ESG 평가 기관들은 ESG 리스크를 디폴트와 같이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다. 심지어 평가 기관마다 제시하는 ESG 리스크에 대한 정의가 뚜렷하지도 않다.

ESG 평가 기관에 대해 평가한 ‘Rate the Raters 2023’ 보고서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ESG 평가 기관들의 ESG 평가가 기업의 ESG 성과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응답한 투자자 비율이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 ESMA의 조사 결과에 응답한 응답자들 역시 서로 다른 기관에서 제공하는 ESG 등급 간 상관관계가 낮고 ESG의 정의와 ESG 등급의 산출 및 활용 목적에 관한 정의와 접근 방식의 불일치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출처 : ESMA, ‘ESMA Letter on ESG Ratings Call for Evidence’

 

모두 대응해야 할까?

 그럼에도 다수의 기업들이 ESG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평가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하지만 왜 ESG 평가를 받는지, 특정 평가기관의 우수한 등급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지 물어보면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경험상 대다수의 답이 아래와 같거나 비슷한 답변이었다.

  • 고객사나 투자자가 높은 등급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요.
  • 평가 등급이 높은 것이 ESG 경영을 잘하는 것 아닌가요?
  • 상장사라면 다 평가받아야 하는 거라고 하던데요?
  • 평가 등급이 KPI로 잡혀 있으니까요.
  • 평가 등급 좋으면 외부에서 상도 주고 홍보도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평가 대응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혹은 담당자를 비난하거나 수준을 의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평가 대응을 위해 혹은 우수한 등급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전략 및 정책을 수립하고 실제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에 있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경영 실행의 트리거가 충분히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실제 평가 대응을 빌미(?)로 지속가능경영 활동에 대한 예산을 받아 내고 실행해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평가 대응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순간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응해야 할 ESG 평가 기관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투자자, 고객 등 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요구받은 적도 없고 ESG 평가의 목적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활동 방향과도 맞지 않음에도, 흔히 말하는 높은 수준의 평가 등급을 받기 위해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우선 혹은 의무적으로 대응해야 할 평가기관이 어떤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현황을 조사 및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한 해의 활동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시점인 가을에 분석을 시도하고 도출된 결론을 내년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의 시행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의 목적은 사실 대응이 필요한 평가기관이 어떤 곳인지 만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을 통해 주요 이해관계자에 대한 중요도를 파악하여 선택과 집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조사 및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음은 물론, 회사에 중요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추진 과제를 도출해 내고 실행할 수 있다.

기업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이해관계자 분석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 그룹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룹화 설정 과정을 거쳐 평가기관, 주주 및 투자자, 고객, 공급망, 공공기관/정부, 협회, 지역사회, NGO 등의 이익단체 등과 같이 이해관계자 현황 분석의 목적에 부합하는 그룹을 설정하고 그룹에 속하는 이해관계자를 분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분석을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기업 내 다양한 부서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정 부서만이 참여하거나 작성자만의 판단으로 작성한다면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좁아진다거나 특정 부서 혹은 작성자 중심으로만 분석할 수밖에 없다. 조사를 위한 항목의 경우, 분석 목적에 맞춰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분석과 관련한 공통적인 항목과 조사 방법의 예시는 아래의 표를 참고해 볼 수 있다.

구      분

항목 정의 및 조사 방법

이해관계자의 기업에 대한 관심도/중요도

•  대내외에서 이미 평가되었거나 이에 준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는 경우 활용

•  (이해관계자 관점에서)회사에 대한 관심도 및 중요도를 주관적으로 표기

업종 내 영향력

•  대내외에서 이미 평가되었거나 이에 준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는 경우 활용

•  (대외적 관점에서)업종내 영향력을 대외적 시각에서 주관적으로 표기

기업 관점의

중요도/의존도

•  대내외에서 이미 평가되었거나 이에 준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는 경우 활용

•  (기업 관점에서)매출, 판매량, 의결권, 평가등급/거래 상징성 등을 기준으로 주관적으로 표기

참고자료. 예시_이해관계자 조사 항목 및 방법. 필자 직접 작성 

표에서 보는 것처럼 주관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작성자별 관점의 차이를 비롯한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 결과를 정규분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사 대상에 대한 응답자는 가능한 수준에서 많을수록 좋다. 다만,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도나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응답자는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정확한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 결과의 활용

 보기 좋은 자료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느끼기에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버블차트를 활용해 비교하고 보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버블차트를 활용하면 한눈에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무적 관점에서의 활용도는 물론 보고에도 용이하다. 다만, 이해관계자 그룹이 다양하고 수가 많다면 필요에 따라 아래와 같이 이해관계자 그룹별로 나누고 이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참고자료. 예시_이해관계자 현황 분석 결과(평가/가이드라인 등) 및 결과 활용 방안. 필자 직접 작성

위와 같이 각 이해관계자 특성을 분석하고 나면 이해관계자별 대응 전략 및 방향성을 수립하는 데 용이할 뿐 아니라 특정 이해관계자에 대한 전략의 근거 자료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서두에 언급한 평가기관을 예시로 들어본다면, 분석을 통해 가장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평가는 무엇이고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는 평가기관은 어떤 곳인지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다. 또한, 평가 대응 수준에 있어서도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지, 경제 및 시간적 관점에서 큰 투자 없이 대응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분석 결과의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분석한 결과에 대해서는 조직 내 유관부서와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분석 결과가 있다 하더라도 관련 사항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외부 고객 그룹에 대한 분석이라고 한다면 분석 결과에 대해 고객 대응 부서와 함께 논의하고 적절한 대응 방향성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특정 부서의 관점이 아닌 조직 전체의 측면에서 이해관계자에 대해 논의하며 다른 방향성에 대해 조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건전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전파되지 않는다면 이해관계자 분석은 단순히 일을 위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자 분석의 필요성

이해관계자의 범위, 성향 및 특징 등은 대내외적 요소 및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동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해관계자 중요도 및 현황 분석은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급격한 성장, 투자자 변경, 사업 분야 변경 등과 같은 대내외적으로 큰 환경 변화가 있는 경우 비정기적인 분석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 분석을 실제 실무에서 실행해 보고 난 후 느낀 점이 많았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가 가능한 것은 물론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도도 함께 높아지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업무 효율의 측면에서도, 관리자 혹은 경영진의 이해 및 설득여부와는 별개로, 개선의 정도나 크기가 작을 수도 클 수도 있지만 분명 개선이 되는 요소가 있었다. 조직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의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는 측면에서도, 조금은 귀찮을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경영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와의 지속가능한 관계가 중요하다. 물론, 기업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100% 만족시키기 힘들며, 이해관계자의 성향을 맞춰가려고 하다 보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색깔을 상실하거나, 내부에서 느끼고 추구하는 지속가능경영과 괴리감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에 지속가능한 관계가 꼭 필요한 이해관계자인지, 그 이해관계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와 전혀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도 지속가능경영 전략 수립으로 이 짧은 가을을 느끼지 못하였다면, 늦었지만 내년 가을을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라도 이해관계자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보도록 하자.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매니저는

장정민 매니저는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과 금호석유화학을 거쳐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현재 지속가능경영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