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 앞두고 가짜 SNS 계정 대거 생성

- 최소 1800개 가짜 X(트위터) 계정이 아제르바이잔 홍보 - 아제르바이잔, 석유와 가스가 전체 에너지 공급의 98% 이상을 차지

2024-10-31     유인영 editor
자연을 테마로 한 프로필 또는 배너 사진과 함께 #COP29를 게시한 X(트위터) 계정들 / 글로벌위트니스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9)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이 다음 달 COP 개최를 앞두고 가짜 SNS 계정을 이용해 자국 홍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은 이집트, UAE에 이어 올해도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이 COP29 개최국으로 선정되며 우려를 받은 가운데, 다수의 가짜 X(트위터) 계정이 아제르바이잔의 홍보에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소 1800개 가짜 X(트위터) 계정이 아제르바이잔 홍보

WP는 카타르 노스웨스턴대학교의 허위정보 전문가 마크 오웬 존스(Marc Owen Jones)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X에서 약 2800개의 계정이 COP29와 관련해 1만800건 이상의 게시물, 리트윗, 댓글을 올렸다.

계정의 약 4분의 3은 올해 생성된 계정이며, 약 3분의 2는 AI 자동봇으로 판단되는 활동 패턴을 보였다. 자동봇 계정들은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속도를 훨씬 초과해 특정 메시지를 확산한다.

많은 계정이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와 외교정책 고문 히크메트 하지예프의 글을 집중적으로 리트윗하며 “석유·가스 생산국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모범 사례”라는 메시지를 홍보했다. 이들은 #COP29, #COP29Azerbaijan 등의 해시태그를 사용해 회의 개최를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게시물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가디언은 영국 비영리단체 글로벌위트니스의 분석을 인용해, 대부분 지난 5월 이후 생성된 71개의 의심스러운 X 계정들이 동일한 배너 이미지(꽃, 나무 등 자연 이미지)를 사용하며 아제르바이잔의 개최 자격을 옹호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정들은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연계된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인위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의 기후 정책과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덮으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제르바이잔, 석유와 가스가 전체 에너지 공급의 98% 이상을 차지

독일 비영리 단체인 우르게발트(Urgewald)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의 국영 석유회사(SOCAR)와 협력사들은 2033년까지 연간 가스 생산량을 약 32% 늘릴 계획이다. 또한 SOCAR는 2026년까지 유럽 연합에 대한 가스 수출을 17% 늘리기로 합의했다.

아제르바이잔은 2030년까지 자국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현재 석유와 가스가 에너지 공급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 SNS 활동은 산유국이라는 이유로 국제적 감시를 받는 아제르바이잔이 COP29를 앞둔 상황에서 자국의 환경 이미지 제고를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존스 교수는 “COP29를 앞두고 아제르바이잔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인위적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존스 교수는 작년에 발표한 유사한 분석에서도 COP28을 앞두고 최소 100개의 가짜 계정이 UAE의 환경 성과를 칭찬하거나 UAE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내용으로 3만건 이상의 트윗을 작성한 것을 확인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 인수 당시 자동화 가짜 계정을 없애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그 이후로 자동봇 계정이 오히려 급증했다. 이번 가짜 SNS 계정 생성에 대해 디지털 혐오 대응 센터(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의 연구 책임자 캘럼 후드(Callum Hood)는 “머스크의 주장과 달리, 여전히 X에서 인증되지 않은 계정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