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초읽기 돌입… 정치적 발언 VS. 중립적 지원, 기업인들의 선택은?
- 전통적 공화당 강세 애리조나주 소상공인들, 이민자 노동력 확보 위해 민주당 지지하기도 - 정치적 발언 없이 투표 독려만 하는 경우도... WP, LA타임스는 중립 선언했다가 '뭇매'
11월 5일(현지시각) 미국 대선을 앞두고 비즈니스 리더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적 유불리도 갈리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이 선거에 대응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정치적 입장 적극적 표명...
애리조나주 소상공인들, 이민자 노동력 확보 위해 민주당 지지하기도
먼저 선거 유세 참여 등 정치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경우다. 일례로 애리조나주 민간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을 대변하는 비영리단체 ‘로컬 퍼스트 애리조나(Local First Arizona)’는 주 차원의 이민 규제법안 제314호(Proposition 314)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제314호 법안은 비시민권자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것을 주 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 및 지방 경찰에 이러한 불법체류자들을 체포,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주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불법체류자가 아닌 정당한 피고용 자격을 가지고 있는 지 확인에 응하지 않는 경우, 허위 정보나 문서를 위조할 경우에도 중범죄로 분류된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애리조나 소상공인들에 재정적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로컬 퍼스트 애리조나 측은 “규제 시행을 예산 지원도 없이 지역 정부에게 단속 의무만 부여하고 있으며, 애리조나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애리조나주 전체 노동력 중 16%, 전체 기업인 중 20% 이상은 이민자들로 구성돼 있다.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주였던 애리조나가 경합주가 된 원인 중 하나도 ‘이민’ 때문이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애리조나에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민주당 지지세력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불과 약 1만표 차이로 애리조나에서 승리, 공화당 강세였던 전적을 뒤집은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이 애리조나를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최근 에머슨 대학(Emerson College)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 힐(The Hill)이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 유권자의 31%는 정치적 최우선 과제로 이민 문제를 꼽은 바 있다.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강력한 국경 통제와 대규모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민주당 해리스는 이민 절차 개선 및 이민자 권리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이민법 개혁과 국경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제314호 법안은 뉴 아메리칸 이코노미(New American Economy) 등 이민자 옹호 비영리 단체의 영향력에 의해 계류돼 있는 상태다.
정치적 발언 없이 투표 독려만...
WP, LA타임스는 중립 선언했다가 '뭇매' 맞기도
다음으로는 정치적 입장 표명 없이 투표 독려에만 나서는 경우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들은 투표 독려를 위한 초당적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하거나 선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13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미국 최대 초당파적 기업 연합 시빅 얼라이언스(Civic Alliance)와 2020개 이상의 회원사가 참여하는 타임 투 보트(Time to Vote) 등이 대표적이다. 참여 기업으로는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스타벅스, 파타고니아, 뱅크 오브 아메리카, 페이팔, 우버 등이 있다.
정치적 입장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산 경우도 있다. 30일(현지시각) AP통신 등 외신은 미국 유력 신문 워싱턴포스트(WP)가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에 대한 공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자, 2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WP 구독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총 250만명 수준인 WP 구독자 수의 약 8%에 달하는 수치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은 대선 때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발표해 왔다. WP는 민주당 성향 매체로,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그런 WP가 올해에는 예외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결정이 편집국이 아닌 언론사주 즉 기업인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AP통신은 WP와 LA타임스(Los Angeles Times) 두 개 매체 모두 해리스를 지지하는 사설을 준비했으나, 각 매체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와 패트릭 순시옹(Patrick Soon-Shiong)이 이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베이조스는 이러한 조치가 “정치적 편향성을 줄이기 위한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