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16, 자금조달 합의 결국 실패…유전자 정보 사용료 지불은 합의
정족수 미달로 회의 중단…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입장 차이 커 유전자 정보 사용료 지불은 합의…제약업계 반발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가 생태계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 합의에 실패하며 막을 내렸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협상단이 폐막일인 1일을 넘겨 2일까지도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지만, 핵심 사안인 생태계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과 국가별 자연 보호·복원 공약의 모니터링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정족수 미달로 회의 중단…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입장 차이 커
생태계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은 지구환경기금(GEF)이 선진국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모든 국가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새로운 기금 설립을 요구했다. 자금 조달을 대출과 공여금의 형식 중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나뉘었다.
당사국은 밤샘 마라톤 회의를 이어 갔지만 결국 많은 국가 대표들이 비행 일정으로 회의장을 떠나야 했다. 콜롬비아 환경부 장관이자 COP16 의장인 수사나 무하마드(Susana Muhamad)는 참석자 수가 130명 이하로 줄어들어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자 회의를 중단시켰다.
파나마 기후변화 특사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Juan Carlos Monterrey)는 "회의 후반부가 길어지면서 작은 개발도상국의 대표단이 불리함을 느꼈다"면서 "취약국의 소규모 대표단은 몇 명의 협상가들로만 구성되는데, 우리는 36시간 내내 깨어 있어야 했으며, 이 과정 자체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지의 협상가 미셸 발레이카나세아(Michelle Baleikanacea)는 "비행 계획을 변경할 예산이 없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회의를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비영리단체 캠페인 포 네이처(Campaign for Nature)의 국장 브라이언 오도널(Brian O’Donnell)은 “재정 전략에 대한 합의 없이 COP16이 중단된 것은 우려스럽다”며 “전례 없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앞두고 재정 문제에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세계를 자연 손실 및 종의 멸종으로 내몬다”고 말했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의 데이비드 에인스워스(David Ainsworth)는 “모든 의제를 다루지 않았고 (폐막)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COP16은 아직 폐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국들은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른 날짜와 장소를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정보 사용료 지불은 합의…제약업계 반발
에인스워스는 이미 채택된 안건들은 협약에 의해 승인된 것으로 공식 운영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채택된 안건에는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를 위한 상설기구 설립과 자연에서 얻은 유전 데이터 사용에 대한 기업의 별도 기금을 마련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유전자 정보 사용료 지불은 COP16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문제 중 하나로, 인도와 스위스를 중심으로 한 국가간 이견으로 인해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디지털 서열 정보(DSI) 데이터 사용으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이익을 얻는 기업들은 수익의 0.1% 또는 이익의 1%를 비율로 기여해야 한다. 자산 2000만달러(약 278억원), 매출 5000만달러(약 689억원), 이익 500만달러(약 689억원) 중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협상 전문가들은 “의무가 있다(shall)”이 아닌 “해야 한다(should)”라는 단어가 사용된 점을 지적하며, 이는 일부 국가들이 요구했던 의무적 부과금이 아닌 기업의 자발적 기여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자간 합의는 기업에 평판상의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채택안은 각국 정부에 기업의 기여를 장려하기 위한 입법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여 잠재적인 의무 요건의 문을 열어뒀다.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은 이번 결정에 반발하며, “이번 합의에서 의도된 이익과 사회와 과학에 발생할 수 있는 비용 간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레디 IFPMA 사무총장은 DSI 데이터가 “새로운 의약품 및 백신 개발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5년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는 아르메니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