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문가 한자리에 모인 'ESG 경영 전략' 세미나(1)

2021-02-25     박지영 editor

한국미래기술교육원은 24일 ‘환경·기후 변화에 따른 ESG 경영 확대와 비즈니스 전략 수립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기업·학계·ESG 평가기관·컨설팅·자산운용사 등 ESG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ESG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임팩트온에서는 1편과 2편에 나누어 ESG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이재혁 교수

"ESG는 메가트렌드... 숙성의 시간은 필요해"

‘환경·기후 변화에 따른 ESG 경영 확대와 글로벌 기업의 추진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의의 포문을 연 고려대학교 이재혁 교수는 “기업이 지속할 가능성을 뜻하는 지속가능성은 ESG로 완성될 수 있다”며 “지금까지 G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E(환경)가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다보스포럼(WEF)에서 올해 진행한 글로벌 리스크인식 조사결과, 10대 리스크 이슈 중 환경이 7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산업별 위험도를 측정한 결과, 대표적인 좌초자산이라 불리는 석유·가스업종은 2050년경 위험도 80점을 기록하는 등 환경 이슈가 산업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S(사회)나 G(지배구조)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주는 임팩트는 두 영역을 뛰어넘고 있다”고 풀이했다.

피치의 석유ㆍ가스 산업 위험도 분석 점수/이재혁 교수 발제문 캡처

또한 환경이 부각되는 시대적 흐름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대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격경쟁력만 고려했다면, 이젠 환경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라며 “가치사슬이 재개편 되는 과정에서, 환경 이슈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혁 교수는 “ESG는 메가트렌드”라면서 “앞으로 아주 오랜 기간 강력한 임팩트를 가지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최근 국내에 ESG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임팩트는 강했지만, 비교적 삽시간에 퍼져 숙성의 시간이 짧았다”며 “기업에서도 단순 지나갈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녹영 센터장

"성장이 걱정이 된 시대... 그럼에도 ESG에서 경쟁력 찾아야" 

대한상공회의소 김녹영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적용과 시행방안’을 주제로 배출권 거래제를 중심으로 강력해지는 환경 규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을 소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9월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 36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차 배출권 거래제에서 기업들은 ‘배출권 가격 급등락(25.5%)’과 ‘감축투자 아이템 부족(25.1%)’를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올해부터 5년 간 이뤄지는 3차 계획기간을 위해서 ‘에너지 효율 개선(65.2%)’에 나서겠다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제도 정비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기업은 14.4%에 그쳤다.

문제는 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탄소를 감축할 마땅할 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질문자는 “에너지 효율도 최고로 높아진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얘긴가”라며 “배출권 거래제는 오히려 성장을 두려워하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탄소 중립의 남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김녹영 지속가능경영센터장 발제문 캡처

김 센터장은 “제조업 공통의 문제”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업이 경쟁력을 얻긴 할 것이지만 같은 업종에 속한 한 기업이 배출량을 줄이면 같은 업종 다른 기업도 배출을 줄여야하기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답했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철강 업종) ▲CCUS 기술 개발(시멘트 업종) ▲고효율 공정가스 처리기술 개발(반도체 업종) ▲수소 합성 기술(화학 업종) ▲자원순환 기술(폐기물 업종) 등 굵직한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가 최대한 지원해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룰 메이커인 미국까지 ESG에 가세한 만큼,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RE100 참여 요구를 예로 들며 특히 환경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봤다. “ESG 이슈를 경시하면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시대가 왔다”며 “하루아침에 변화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S나 G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ESG가 부각되고 있지만, 김 센터장은 ‘순수한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ESG가 왜 이슈가 됐을까, 생각해보면 제조업체 업종별 순위 5위권 안에 중국과 한국이 많이 들어가 있다. 미국과 EU와 같은 선진국들은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된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선진국 입장에선 이 판을 뒤집어 보자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ESG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끝맺었다.

 

CDP 양춘승 상임부위원장

"재생에너지 조달 어려운 국가지만 RE100에서 해답이 나온다"

CDP 한국위원회 양춘승 상임부위원장은 ‘국내외 기업 RE100 이행 지원방안 및 추진 사례’를 소개했다.

2050년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목표로 두고 있지만, 이미 100%에 도달한 기업도 53개에 달했다/양춘승 부위원장 발표문 캡처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RE100 얼라이언스는 작년 기준 1289개 기업이 참여하는 등 2014년 발족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신규 참여기업의 40%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나온 만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게 목표지만, 이미 53개 기업이 100% 목표를 달성했고, 90% 이상 달성한 기업도 77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100은 작년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선정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 자체건설 외에 구매 옵션이 없고, 검토 중인 정책도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 관계자 논의가 이어졌다. 양 위원장은 “처음엔 녹색요금제만 받아들이겠다는 산자부도 입장을 바꿔 최근 K-RE100까지 도입할 수 있었다”며 “전기사업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재생에너지 구매 방법의 핵심인 PPA 실현도 빨라질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양 위원장은 “산업부문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기업을 둘러싼 내외적 압박은 커질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사용은 특히 Scope2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탄소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 RE100이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