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세계 2위 원유 생산국 목표로 '석유 빅딜' 추진

2024-11-13     홍명표 editor
 러시아의 국영 거대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 오일의 홈페이지.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최대 석유회사 3곳을 합병해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으로 도약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모스크바가 로스네프트 오일(Rosneft Oil), 가즈프롬(Gazprom), 루코일(Lukoil)을 통합해 거대 석유 생산 회사를 탄생시키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로스네프트 오일이 가즈프롬과 루코일을 흡수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이은 세계 2위 석유 생산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엑손모빌의 생산량을 3배 이상 상회하는 규모를 갖추게 되며, 중국과 인도에 대한 원유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협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석유와 가스는 러시아 경제의 핵심으로, 러시아 국가 수입의 거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푸틴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요소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에너지 산업을 통해 경제 안정을 유지해왔으며, 이번 합병 추진 배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수행 자금 마련 및 에너지 부문 통합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푸틴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대안이 부상하며 석유 수요가 둔화되는 시점에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석유 기업을 구상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합병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로스네프트와 루코일 내부 일부 임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특히 루코일 주주들에게 보상할 기금을 마련하는 문제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루코일 대변인은 “이 거래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협상도 진행 중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과 각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는 이 거래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로스네프트 대변인은 WSJ 보도가 부정확하다고 주장하며, 가즈프롬 측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크렘린 대변인 또한 "러시아 행정부는 이 합병 계획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로스네프트는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 정제 및 판매를 주로 담당하는 러시아 대표 국영 석유 기업으로, 에너지 분야에서의 영향력이 크다. 가즈프롬 역시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 및 공급업체로, 러시아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루코일은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로서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와 생산에 주력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다.

러시아의 이번 '석유 빅딜'이 성사될지, 그리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