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네덜란드 법원 탄소감축 명령 항소 승리

- 헤이그 항소법원, 2030년까지 탄소 배출 45% 감축 명령 기각

2024-11-13     유인영 editor
이미지=셸 X(트위터)

네덜란드 헤이그 항소법원은 2021년 헤이그 지방법원이 내린 글로벌 석유기업 셸(Shell)에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할 것을 명령한 판결을 12일(현지 시간) 기각했다고 로이터와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세기의 판결'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판결이었으나, 불과 3년만에 뒤집혀 향후 어떠한 후속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항소법원, “개별 기업이 따라야 할 특정 감축 비율에 대해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셸은 지난 4월 2021년 명령에 대해 항소하며,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긴급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우리는 이를 위한 방법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며 "2021년 판결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해당 판결이 기후 변화 대처에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네덜란드 법에 따른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항소법원은 "기후 과학에서 셸과 같은 개별 기업이 따라야 할 특정 감축 비율에 대해 현재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 기업에만 목표를 부과하는 판결은 다른 공급업체가 화석 연료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셸의 주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에너지 회사로서 셸이 "자사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셸의 CEO인 와엘 사완(Wael Sawan)은 "이번 판결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네덜란드, 셸에 있어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1만7000명의 공동 원고 및 시민단체 6곳과 함께 소송을 제기한 ‘지구의 벗 네덜란드 지부(Friends of the Earth Netherlands)’ 대표 도널드 폴스(Donald Pols)는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이 소송이 대규모 오염회사들이 무적이 아님을 보여줬고, 기후 변화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둘러싼 논의를 더 활발히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환경 단체, 주요 고탄소 배출 기업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

지구의 벗 네덜란드는 상고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상고할 가능성이 높으며 최종 결정은 2027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고할 경우 네덜란드 대법원에 3개월 내로 항소장을 제출해야 하며,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약 18개월이 걸리나 유럽사법재판소에 회부될 경우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전 세계 환경 운동가들은 셸을 비롯한 주요 고탄소 배출 기업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프랑스의 토탈, 스위스 시멘트 기업 홀심, 독일 유틸리티 기업 RWE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들은 대부분 더딘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 과학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글로벌 배출량을 43% 줄여야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설정된 지구 온도 상승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파리 협정은 국가와 화석 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한 여러 기후 소송의 기반이 되고 있다. 폴스 대표는 항소 판결이 나오기 전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법적 대응은 (파리 협정을 탈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 비전과는 정반대다. 정부가 행동하지 않을 때 사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