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 젤딘 전 하원의원 환경보호청장에 지명…에너지 규제 대폭 완화 예고

2024-11-13     이재영 edito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보호청(EPA) 수장으로 리 젤딘 전(前)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을 지명했다고 11일(현지시각) 밝혔다. 젤딘 내정자는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에너지 우위를 되찾고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환경보호청장은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기후 관련 정책을 뒤집는 트럼프 2기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화석 연료 시추를 제한해온 EPA 규칙과 규정을 폐지 또는 취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특히 트럼프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규칙을 없애고 싶어 한다. 

리 젤틴 미 EPA 청장 후보

 

트럼프, 에너지 규제 완화 의지 반영…“미국 기업 경쟁력 강화”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젤딘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진정한 투사였다"며, "그는 공정하고 신속한 규제 철폐 결정을 이행해 미국 기업들의 힘을 해방하는 동시에 지구상 가장 깨끗한 공기와 물을 포함한 최고의 환경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딘 전 의원은 지명 발표 직후 SNS를 통해 “미국 에너지 우위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깨끗한 공기와 물을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젤딘 전 의원은 환경보호 경력이 거의 없고, 기후·환경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인물이다. 젤딘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뉴욕주 하원의원을 지냈다. 롱아일랜드 출신으로 2022년 뉴욕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패배했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2020년 대선 이후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반대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지명에 대해 “1970년 창설 이래 가장 큰 폭의 EPA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부 장관 후보로 더그 버검 유력…화석연료 확대 기대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 완화에 주력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에너지부 장관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청정에너지 확장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화석연료 규제 완화와 에너지 산업 확대를 목표로 할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에너지부 장관 후보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앤드류 휠러 전 EPA 청장, 데이비드 베르나르 전 내무부 장관 등을 거론했다.

특히 버검 주지사는 석유·천연가스 업계를 대변해온 인물로, 노스다코타는 미국 내 주요 화석연료 생산지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어 에너지 정책의 ‘차르’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해당 직책은 기관 간 정책 조정을 통해 석유·천연가스·석탄 생산 확대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 대폭 완화 예상…바이든 행정부 정책 철회될 듯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지명이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된 점을 주목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규제 완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때 폐지된 환경규제만 100여 개에 이르렀고, EPA 예산도 3분의 1로 삭감됐다. 트럼프 2기에서는 더욱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PA는 화력발전소 탄소배출 규제, 차량 배기가스 규제, 유해 화학물질 규제, 독성 살충제 금지 등 주요 환경 규제를 관리하는 독립행정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를 포함한 환경 정책들이 대거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