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400여개 자국 대기업의 탄소배출권 거래 의무화
일본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본격 도입하기에 앞서 자국 내 400여 개 대기업이 해당 제도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교도통신,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 주요 언론은 21일(현지시각) 일제히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연간 10만 톤 이상 배출 기업 대상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2026년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연간 1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기업의 참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현재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은 약 300~400개로, 일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는 GX(녹색 전환) 추진법 개정을 목표로 2025년 국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법적 틀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상 기업은 주로 전력, 철강, 화학 산업을 비롯해 자동차, 운수, 항공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며, 이 제도는 유럽연합(EU)이나 한국의 기준에 준하는 수준으로 실시될 전망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기업마다 정부가 배출량 한도를 무상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상 기업은 자사의 배출량을 줄여 잉여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다른 기업에 매각할 수 있으며, 반대로 배출량이 한도를 초과할 경우 시장에서 추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만약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고 초과 배출을 지속하면 정부가 부담금을 부과하게 된다.
교도통신은 이번 제도의 주요 대상 기업으로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케미칼그룹, 일본제철, JR동일본, ANA홀딩스 등을 지목했다. 대상 기업은 일본 경제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대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번 제도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2050' 향한 일본의 행보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화하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를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 외에도 2033년부터 발전사업자에 유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한도를 할당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부담금을 요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 도입을 1년 여 앞두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전력, 철강, 화학, 자동차, 운수, 항공 분야 기업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번 정책은 일본이 국제적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에게는 배출량 감축과 추가 비용 부담이라는 도전 과제를 안기게 될 전망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가 일본 경제와 환경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