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문가 한자리에 모인 'ESG 경영 전략' 세미나(2)
한국미래기술교육원은 24일 ‘환경·기후 변화에 따른 ESG 경영 확대와 비즈니스 전략 수립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기업·학계·ESG 평가기관·컨설팅·자산운용사 등 ESG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ESG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임팩트온에서는 1편과 2편에 나누어 ESG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딜로이트 김학범 파트너
“ESG는 Nice to have가 아닌 Must have”
딜로이트 리스크자문본부 김학범 파트너는 ‘기업의 ESG 공시 전략 수립 및 평가와 이행방안’을 가지고 어떻게 경영전략에 ESG를 내재화할 수 있는지 소개했다.
김 파트너는 “ESG는 컨셉”이라며 “위원회를 만들고, 전담부서를 만드는 기업 내 특정 제도나 체계를 만드는 게 아니다. 경영에서도, 현장에서도 항상 생각하고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 파트너는 CSR과 ESG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기 때문에 ESG 중 S(Social)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며 “ESG는 특히 환경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특히 ESG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기업의 모든 활동이 전략적으로 연계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G(Governance)를 지배구조가 아닌 지배기구로 칭하며 “서구 투자자가 중요시하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CEO들의 연이은 ESG 선언에 대해서도 “선언을 했다고 ESG 경영을 한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탄소중립 ▲공급망 관리 ▲순환경제 ▲다양성을 핵심 영역으로 꼽았다.
컨설팅사로 ESG 평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파트너는 “ESG 평가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가 돼야 하지만, 성적표만 중요시하는 기업이 많다”며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평가 등급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재화라는 가장 상위의 목표를 잊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ESG 정보 공개 의무화에 대해서도 “취지는 좋지만 피상적으로 준수하는 게 우려된다”며 “ESG=지속가능보고서 발간으로 축소해서 인식하는 건 아닐지 염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KCGS 김진성 팀장
“S등급 기업은 0개사... 대신 상위권 기업 증가하는 등 전체적인 수준은 개선”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팀 김진성 팀장은 자사의 ESG 평가 방법에 대해 소개하며 ‘ESG 평가의 의미와 전망’을 다뤘다.
김 팀장은 “ESG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인 이슈라는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며 “ESG 평가의 ESG 관행 개선을 지원해 자본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기업에게는 ESG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투자자에게는 투자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는 자사의 KCGS 모범규준과 국내 법·제도, 국제 규범을 활용하고 있다. 김 팀장은 “SASB, CDP도 참고하고 있으며, 지배구조 영역에서는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많이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금은 유가증권 상장사와 코스닥150 구성종목사만 평가하고 있지만, 비상장사로부터 꾸준히 평가 요청을 받고 있다”며 “평가 대상 확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KCGS의 ESG 평가는 동일한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글로벌 평가사들과 달리, 국내 기업을 중심을 평가하기 때문에 업종별로 차등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환경의 경우 환경민감도 상·중·하로 분류하고, 사회영역의 경우 B2C·B2B·B2B IT로 분류한다. 업종별 특성이 다르고, 국내 기업 환경에 맞게 평가 기준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초 데이터를 수집할 땐 “일반 투자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다”며 “사업보고서, 미디어 자료, 감독기구 공시자료 등 포괄적으로 모으고 있다. 정보 공개가 가장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기업이 스스로 공개하지 않은 리스크에 대한 측면도 고려해 신뢰도를 높였다. 김 팀장은 “기본 평가에서 제도를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도, 기업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높은 ESG 쟁점이 발생했을 경우 심화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정 요인들은 ESG 평가 기본 보고서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참고할만한 ESG 평가 사례로는 ▲코웨이 ▲포스코 인터내셔널 ▲SK텔레콤 ▲SC제일은행을 들었다. 코웨이는 기후변화에서 확실한 목표를 드러냈고,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과 충돌이 있었지만 이슈를 해결,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문제를 사업과 연계해 곡물 생산 불안정에 대비하고 수익도 창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을 얻을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ICT 역량을 발휘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을 고려해 임팩트까지 만들어냈다는 평을 얻었다. SC제일은행은 비상장 기업임에도 역동적인 이사회 문화를 바탕으로 이사회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건강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
“좋은 기업이 돼야 좋은 ESG 결과가 따라온다”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ESG 경영을 위한 핵심전략과 임팩트 비즈니스 창출방안’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도 대표는 “CSR은 정부와 시민단체 관점, CSV는 전략가의 관점이었다면 ESG는 투자자의 관점”이라며 “ESG 목표 달성 과정은 언젠가 검증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ESG 평가 등급이 높다는 건 변화의 기회를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좋은 기업이어서 좋은 ESG 결과와 성과를 내는 것이지, 좋은 ESG 결과를 받는다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영, 캠페인 앞에 ESG 이름만 붙인다고 저절로 잘 되는 게 아니다. 결국 기업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SG 경영을 ABC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A(Avoid Harm)단계에서 B(Benefit Stakeholder), C(Contribute to solution)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 층위에서 고려하는 것을 넘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상위 단계로 진입하는 최종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황유식 연구원
"자본은 움직이고 있다... 주가가 말해주는 ESG"
마지막으로는 투자자 관점에서 NH투자증권 황유식 환경담당 연구원이 ‘ESG 관점의 산업’에 대해 소개했다.
황 연구원은 “탄소를 줄이기 위해선 크게 전기와 수송수단에서 감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내연기관차의 퇴출이 필수”라고 말했다. 자본의 흐름도 이에 따르고 있었다. 엑손모빌(석유)과 테슬라(탈석유), 넥스트라에너지(재생에너지)와 한국전력(화석연료), 타이슨푸드(축산업)와 비욘드미트(대체육)의 주가 추이를 보면 확연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혼동해 사용하는 용어인 저탄소·기후·녹색·지속가능에 대한 용어 정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감축을 일컫는 저탄소와 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녹색이란 용어의 정립 등이 선행되어야 택소노미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개선 여지도 많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ESG 중에선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전기차와 2차 전지 시장은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국내에서도 해상풍력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향이 잡힌 만큼 관련 산업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