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를 능가하는 대안? 항공연료 e-케로신의 등장

2024-12-06     홍명표 editor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가 항공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의 지속가능성 전문 매체인 트리플펀딧은 4일(현지시각) 기존 SAF보다 E-케로신(Kerosene)이 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E-케로신은 SAF의 한 종류로, 주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해 제조된다. 이 연료는 ▲수소 생산(전기분해) ▲이산화탄소 포집 ▲합성연료 제조(Fischer-Tropsch 합성) 등의 과정을 거쳐 정제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제트 연료와 비교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트리플펀딧에 따르면, 전통적인 제트 연료는 석유에서 정제한 등유로 제조되며, 항공기가 공회전하거나 비행 중 연소될 때 탄소 배출을 일으킨다. 반면 SAF는 농업 폐기물, 식물성 오일 등 비석유 기반 재료로 만들어져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기존 연료와 동일한 성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SAF의 보급 속도는 매우 더디다.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의 환경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항공사 77곳의 SAF 사용량은 지난해 260만배럴(약 4억1314만리터)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체 제트 연료 소비량의 0.15%에 불과하다.

T&E는 조사 대상 77개 항공사 중 단 10개만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나머지 67개 항공사는 SAF 구매량이 매우 적거나 부적합한 종류의 SAF를 사용하는 등 탈탄소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적합한 SAF'로는 옥수수나 사료 작물 등 식량 작물을 기반으로 한 연료가 꼽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SAF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SAF 계약의 약 30%가 이와 같은 연료로 충당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케로신, 기존 연료와 화학구조가 동일하나 그린수소때문에 비싸

E-케로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태양 연료라고도 불리는 E-케로신은 재생 가능 전력을 이용해 물에서 그린수소를 추출하고, 이를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합성 연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팀에 따르면, E-케로신은 화학적으로 기존 제트 연료와 동일한 성분을 지니고 있어 기존 항공기에서도 별도의 개조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E-케로신의 대중화에는 여전히 높은 생산 비용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특히 E-케로신 생산의 핵심인 그린수소는 기존 화석 연료 기반 수소보다 비용이 높다. 하지만 기술 개발과 재생 가능 에너지 비용 절감이 이어지면서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텍사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그린수소의 비용이 화석 연료 기반 수소와 동등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의 댄 래쇼프(Dan Lashof)와 오드리 덴비어(Audrey Denvir)는 SAF 제조를 위한 에너지 작물이 식량 작물을 대체하거나 삼림과 초원을 침범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며, 도시 폐기물, 사용된 식용유, 동물성 폐기물 등 대체 원료를 활용하는 SAF가 보다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료 역시 폐기물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공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E-케로신과 같은 E-연료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처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연료의 한계를 극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케로신이 항공 연료의 미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