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터리 부품 자립 위해 10억 유로 투자

2024-12-11     홍명표 editor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양극재와 음극재, 활성 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배터리 생산 기업들에게 총 10억유로(약 1조508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IRA를 벤치마킹한 축소판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조금을 지원받는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새로운 특허는 반드시 EU 회원국 내에서 등록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EU는 지난 3일(현지시각) 두 가지 주요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하나는 EU 내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넷제로 기술과 수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이다. EU는 수소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12억유로(약 1조8096억 원) 규모의 경매를 진행했으며, 선정된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조달하는 배터리 팩의 총 용량이 2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아울러, 넷제로 기술 지원을 위한 24억유로(약 3조 6191억원) 규모의 공모에서는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에서 원자재나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EU는 보조금을 통해 개발된 특허가 반드시 EU 회원국 내에서 등록되도록 규정함으로써 지적 재산권을 자국 내에 유지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EU, 지역내 자체 전기차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유럽판 IRA 실행

그러나 목표 달성에는 보다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할 듯

최근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BYD와 같은 기업들이 유럽 및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우려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 부품이 유럽 및 미국 차량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오랫동안 지배해왔으며, 이러한 의존도는 유럽 정책 입안자들에게 경제적 및 전략적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EU는 보조금을 지역 공급망 및 혁신과 연계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녹색 기술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는 단점도 있다. 중국산 부품의 조달 제한은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 녹색 기술 도입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EU 지도자들은 자급자족형 산업 기반을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Northvolt)의 사례는 이러한 정책이 가진 위험을 보여준다. 노스볼트는 유럽 내에서 원료와 부품을 조달하며 배터리를 제조하려 했으나 최근 파산에 이르렀다. 3개월 전, BMW가 20억유로(약 3조원) 규모의 계약을 취소하면서 노스볼트는 사업 모델 전반을 재검토하게 됐다. BMW는 노스볼트가 자사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하자 계약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스볼트는 대규모 셀 제조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자원을 집중한다는 전략적 검토에 나섰지만, 결국 파산했다. 

전문가 마이클 바너드(Michael Barnard)는 노스볼트가 배터리 부족 사태를 과대평가했으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스볼트가 다양한 분야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며 초점과 효율성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EU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녹색 전환 과정에서 유럽 시장을 보호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노스볼트의 파산은 유럽의 녹색 경제 전환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