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중 녹색 보조금과 경쟁할 수 있을까
- EU, NZIA 채택...중국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미국 IRA에 대응 - 중국, 중앙집권적 보조금 정책 - 미국, 활발한 주식시장과 벤처 투자 생태계 보유 - 트럼프 재선으로 인한 유럽 풍력 산업 위기…중국에 종속될 수도
미국, 유럽, 중국이 지속가능성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녹색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패권 다툼이 심화하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넷제로산업법(NZIA), 중국의 대규모 전기차와 배터리 보조금 정책은 각 지역의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와 기술 개발을 가속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 산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무역 갈등까지 더해져 시장 환경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EU, NZIA 채택...중국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미국 IRA에 대응
올해 EU는 미국과 중국의 재생에너지 보조금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NZIA를 채택했다. NZIA의 목표는 EU가 2030년까지 기후 및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최소 40%를 유럽 내에서 생산하고 5000만톤의 이산화탄소 저장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프로젝트 승인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Invesco)는 NZIA가 EU 기업들의 넷제로 전환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인베스코는 "NZIA에서 제공하는 3750억유로(약 566조원) 규모의 보조금, 세금 감면, 직접 투자, 대출은 추가적인 자본 투자와 운영 지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2위 철강 제조업체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벨기에 겐트에서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모건스탠리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설은 NZIA 법안 발효와 함께 대규모 탄소 포집의 실행 가능성을 시험할 예정이다.
한편,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마르코 시디(Marco Siddi) 선임연구원은 "NZIA는 미국의 IRA에 대응하는 것 외에도, 유럽 시장에 중국 전기차의 급증을 방지하려는 시도"라고 언급했다. 유럽은 2030년까지 EU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EU 내 수요의 90%를 충족하도록 목표로 한다.
중국, 중앙집권적 보조금 정책
미국, 활발한 주식시장과 벤처 투자 생태계 보유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해 빠르게 전기차를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차 제조사 니오(Nio)는 충전소 운영을 위한 보조금 외에 2020년 약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또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제품 비용의 절반 이상을 보조금으로 충당 받기도 했다.
10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는 분기 매출에서 처음으로 미국 경쟁업체 테슬라(Tesla)를 넘어섰다. 시디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보조금 차원이 아니라 산업 보호가 유럽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중앙집권적 녹색 보조금 정책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미국 역시 연방 및 주 정부 규제가 복잡하지만, 미국은 클린테크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활발한 주식시장과 벤처 투자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내 급증하는 전력 소비가 모든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의 성장과 제조업의 미국 회귀는 전력 수요를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으로 인한 유럽 풍력 산업 위기…중국에 종속될 수도
유럽이 당면한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관세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그 관세 제안은 기업들이 현재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고 유럽외교협회(ECFR) 아시아 프로그램 디렉터인 얀카 외르텔(Janka Oertel)은 말했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며, 이는 투자, 사업 확장, 궁극적으로는 탈탄소화를 지연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교착상태는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낮추고 탈탄소화를 지연시킨다." 덧붙였다.
트럼프가 취임으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할 보조금 중 하나는 풍력 에너지에 대한 것이다. 트럼프의 선거 승리는 유럽 풍력 회사들의 주가에 즉각적인 타격을 줬다. 덴마크 풍력 제조업체 베스타스(Vestas)는 주가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르텔 디렉터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유럽 풍력 제조업체들의 부진을 틈타 터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유럽이 풍력 에너지 산업에서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유럽의 완전한 에너지 의존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