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VCM 전문가 패널 2명 사임...산림보호 크레딧 방법론 신뢰성 논란
- ICVCM, 크레딧 방법론 승인 놓고 내부 갈등 - 부실한 산림전용률 예측에 시장 신뢰도 하락...기업들 이탈 가속
자발적 탄소시장의 기준을 제시해 온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가 내홍에 휩싸였다. ICVCM의 전문가 패널 위원 2명은 10일(현지시각) ICVCM이 제시한 산림보호 탄소크레딧의 방법론이 신뢰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후 잇따라 사임했다.
사임한 위원은 지난해까지 ICVCM 전문가 패널의 공동 의장을 지낸 램버트 슈나이더 박사와 기후 분야 전문가인 위르그 퓌슬러(Jürg Füssler) 박사다.
ICVCM, 크레딧 방법론 승인 놓고 내부 갈등
두 위원이 ICVCM을 탈퇴한 이유는 기관이 자체 기준에 미달하는 크레딧까지 고품질로 인증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ICVCM은 지난달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사업 관련 3개 방법론을 승인했다. 승인된 방법론은 ART TREES 2.0과 VM0048 1.0, VCS JNR 4.1이다. ICVCM은 이들 방법론으로 발행되는 크레딧에 핵심탄소원칙(CCP) 인증을 부여하기로 했다.
위르그 퓌슬러 박사는 방법론 승인에 반발하며 10일(현지시각) 전문가 패널 자리를 내려놨다. 퓌슬러 박사는 성명에서 "탄소 크레딧의 신뢰성이 먼저 확보돼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ICVCM의 비전을 믿었지만, 이번 결정은 평가 과정의 질적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램버트 슈나이더 박사도 "ICVCM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 가능성이 흐려졌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슈나이더 박사가 속한 외코연구소(Öko-Institut)는 이미 지난 9월 ICVCM을 탈퇴했다. 외코연구소는 ICVCM 설립을 주도했던 창립 기관이다.
두 위원의 사퇴에 ICVCM의 에이미 메릴 CEO는 "모든 관계자의 의견을 신중히 고려했고, 방법론이 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그는 "앞으로도 방법론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완전성 위험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실한 산림전용률 예측에 시장 신뢰도 하락...기업들 이탈 가속
전문가들이 문제 삼은 건 방법론의 허점이다. 과거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미래에 적용함으로써 추가성, 정량화, 영구성 등 ICVCM이 내세운 핵심 탄소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REDD+ 크레딧은 특정 탄소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발생했을 산림 전용률을 추정해 이를 기준으로 발급된다. 하지만 승인된 방법론들은 과거 5~10년간의 평균 산림 전용률을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54개 열대우림 보유국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런 전용률이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해당 국가들의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실제 산림 전용률과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전용률을 적용한 예측치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간다는 실제 산림 전용률이 예측값의 23%에 불과했다. 반면 카메룬은 예측치의 213%를 기록했다. 산림 전용률이 과소 혹은 과대 평가되고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가 없이도 자연스럽게 산림 파괴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유령 크레딧'이 무더기로 발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 크레딧의 신뢰성 문제는 기업들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떠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델타항공, 구글, 이지젯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석유기업인 셸도 자연기반 탄소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BC도 탄소 거래를 지원하는 탄소크레딧 데스크의 설립을 보류했다.
REDD+ 크레딧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리서치 기관인 MSCI 카본 마켓에 따르면, 크레딧 1개당 가격이 2022년 12.5달러(약 1만8000원)에서 올해 3.6달러(약 5200원)로 폭락했다. 수요도 2021년 6300만톤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5900만톤으로 크게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