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소 보조금 5300억원 철회…2030년 수소 생산 달성 차질 예상
독일이 수소 프로젝트에 투입하려던 3억5000만유로(약 5300억원) 규모의 보조금 계획을 철회하며 수소 생산 목표 달성에서 더욱 멀어졌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자금은 유럽 수소은행(European Hydrogen Bank)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며, 국가 보조금을 활용해 산업 초기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독일 간의 조건 합의가 실패하며, 이 자금은 다른 친환경 프로젝트로 전환되거나 연방 예산으로 환원될 예정이다.
독일 경제부, EU 집행위와 조건 합의 실패
독일 경제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조건이 매우 엄격했다"고 설명했다.
EU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하여 생산하는 그린 수소를 중공업 등 주요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지난 4월 수소은행의 첫 입찰 과정에서는 기업들이 수소 생산량 1kg당 고정 프리미엄을 놓고 경쟁한 결과, 재생 가능 에너지가 풍부한 핀란드와 스페인과 같은 국가들이 유리한 조건을 얻었다.
독일은 입찰에서 탈락한 기업에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배포할 수 있는 승인을 EU로부터 얻었으나, EU는 가격 상한선을 1.44유로로 설정했다. 많은 기업들은 이 가격이 독일의 전력 비용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낮다고 평가했다.
독일 에너지수자원협회(BDEW) 케르스틴 안드레아(Kerstin Andreae) 대표는 "상한제 도입이 과도한 보조금 지급과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독일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2030년 수소 생산 목표 달성에 차질…수소 수요 절반 이상 수입 예정
독일의 수소경제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으나, 시장 자생력은 아직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최대 전력기업 에온(E.ON)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엄격한 규제와 높은 전력 가격으로 인해 민간 투자가 제한적"이라며 "현재 성장은 정부의 IPCEI(유럽공동이익 프로젝트) 지원이 유일한 동력"이라고 밝혔다.
IPCEI는 역내 경제와 산업 성장, 고용 창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공공 지원 프레임워크다. 유럽의 주요 정책 목표와 관련된 대규모 연구개발혁신 프로젝트에 예외적으로 국가 보조금 지급을 허용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2030년까지 10기가와트 규모의 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연구는 이를 과도한 낙관으로 평가했다. 독일 경제부 역시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장 발전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설비는 목표 연도 이후에야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독일의 수소 수요는 국내 생산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독일이 약 50~70%의 수소를 수입해야 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유럽 내 수소 네트워크와 국제 협력을 통해 수소 수입 경로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북유럽과 지중해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 가능 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가 주요 수입원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