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증권시장감독청, 녹색채권 규제 완화...탄소 고배출기업 채권도 보유
- 펀드 명명 규칙 완화로 녹색채권 시장 활력 기대 - EU집행위, 내년 상반기 136조원 녹색채권 발행
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이 녹색채권 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화력발전 등 채권 발행자들이 탄소 고배출 기업의 녹색채권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게 됐음을 명확히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ESG투데이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ESMA는 오는 21일 출시되는 녹색채권 표준에 따라 발행되는 녹색채권을 지속가능성 펀드 명명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하여 예외로 두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 10월 발표한 펀드 명명 규칙이 유틸리티와 전력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이에 따라 녹색채권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에너지·전력 기업들의 녹색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펀드 명명 규칙 완화로 녹색채권 시장 활력 기대
ESMA는 ESG 또는 지속가능성 관련 용어를 사용하는 펀드명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Q&A 문서를 발간해 유럽 녹색채권의 예외 대상을 명확히 밝혔다. 이는 지난 11월부터 신규 펀드에 적용된 규칙으로, '녹색', '환경', '임팩트'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펀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녹색채권 명명 규칙은 지속가능성 펀드가 자산의 50% 이상을 지속가능 투자에 배정해야 하며, 석유·석탄 기업이나 매출의 50% 이상을 가스에서 얻는 기업, 오염에 대한 노출도가 심각한 전력회사 등에는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이러한 기업들이 발행한 녹색채권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재생에너지나 기타 녹색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된 녹색채권은 발행 기업이 제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보유가 가능해졌다. 단, UN글로벌콤팩트 원칙이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제외된다.
프랑스의 은행 BNP파리바의 아그네스 구르크(Agnes Gourc) 지속가능자본시장 부문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발행사들이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녹색채권 발행을 보류해 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녹색채권 발행 확대로 기후변화 대응 강화
유럽연합은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더 많은 녹색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EU는 2024년에 680억유로(약 103조원) 이상의 EU 경제회복기금(Next Generation EU, NGEU) 녹색채권을 발행해 세계 5위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 기관으로 부상했다고 EU집행위원회가 1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집행위는 2025년 상반기 중 900억유로(약 136조원) 규모의 EU채권을 추가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집행위원회는 NGEU 녹색채권을 통한 녹색 투자가 완전히 이행될 경우, EU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5500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5%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