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기후 목표 축소 후 지속가능성 부서까지 정리

2024-12-24     유미지 editor
유니레버의 CEO인 하인 슈마허가 지속가능성부서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부서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 유니레버 웹사이트

유니레버가 회사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전환하고 환경 목표를 축소한 지 몇 달 만에 지속가능성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정리하기로 했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니레버 전 직원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을 확인했다"며 "이전에 분리되어 있던 지속가능성 부서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기업 업무 부서가 통합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 레베카 마못(Rebecca Marmot)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기업 업무 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하인 슈마허(Hein Schumacher) CEO가 유니레버에 새로 취임한 이후 계속 되어온 변화 중 하나다. 슈마허 CEO는 최근 몇 년간 유니레버의 실적 부진을 개선하고자 기후 목표를 줄이고, 도브 비누(Dove soap)와 코르네토 아이스크림(Cornetto ice creams) 등 제조사를 분리하는 등 광범위한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최근 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슈마허 CEO는 "유니레버가 지속가능성 옹호에서 실행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으며, 환경 보고 요구 사항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목표를 축소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지난달 ‘유니레버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슈마허 CEO는 전 최고경영자이자 기업 지속가능성 옹호자인 "폴 폴만이 세운 목표는 달성할 수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3월까지 28년간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조언한 조나단 포리트 (jonathon porrite) 경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유니레버의 2019년 목표는 비현실적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반박했다. 이어 지속가능성 목표가 없는 지금의 유니레버를 안타까워 하며 "유니레버의 이익은 증가했지만 목적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환경 단체 및 직원들, 다른 기업에게 나쁜 선례 남길까 우려

그동안 유니레버는 오랫동안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며 ESG를 선도하는 그룹으로 여겨졌다. 유니레버의 이런 변화에 환경단체를 비롯한 유니레버 직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동종업계 다른 기업들이 유니레버의 사례를 보고 지속가능성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등 전략을 수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니레버의 넷제로 피보팅 이후 기후 목표를 철회하거나 줄이는 다른 기업들이 늘었다. 월마트는 지난 19일 2025년과 2030년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기후 목표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일, 코카콜라는 재사용 및 재활용 목표를 약화시킨 후 환경론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셸, BP에 이르기까지 여러 회사가 배출 목표와 기타 지속가능성 목표를 낮추거나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포리트 경은 “역설적이지만 슈마허 CEO가 말한 대로 변화는 순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안티ESG가 부활했지만 사회적 기대가 기업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정부가 기후 재해를 막기 위한 규제를 늘린다면 다시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