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2025년까지 연장하나

2024-12-26     유미지 editor
스페인 정부가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를 2025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산체스 총리 X @sanchezcastejon

스페인 정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에너지 기업에 대한 임시 세금을 2025년까지 연장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이른바 '횡재세'라고 불리는 세금이다. 

하지만 지난주 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에너지 기업에 대한 임시 세금(횡재세)을 폐지하려고 투표했으며,  좌우파 정치 세력이 해당 법안에 대해 갈등을 빚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령은 원래 1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소수 정부가 계획한 대로 내년 한해 동안 계속 적용되려면 30일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횡재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기업들이 증가함에 따라 일반 스페인 국민의 생활비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에 도입된 것이다. 세액 공제는 중도 우파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인 훈츠(Junts)와 바스크 민족주의 정당인 PNV가 요구했다. 이들은 이 세금이 각자의 지역에 대한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세금 연장은 에너지 기업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는 스페인 정부의 판단과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전략적 투자를 고려해 이루어진 조치”라고 말했다. 

 

스페인 렙솔, 횡재세 반발로 녹색수소 프로젝트 중단

스페인의 유틸리티 기업들은 매출이 최소 10억유로(약 1조5167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1.2%의 부과금을 연장하면 300억유로(약 46조원)의 재생 에너지 투자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스페인의 에너지 기업인 렙솔(Repsol)은 횡재세에 대한 반발로 녹색수소 프로젝트를 중단한 바 있다. 

스페인의 녹색수소 프로젝트가 중단됨에 따라, 이 산업에 투자한 다른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받았다.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정유 회사 셉사(Compañía Española de Petróleos, Cepsa)는 2022년에 안달루시아 남부 지역에 녹색 수소 허브를 건설하기 위해 30억유로(약 4조5500억원)를 투자했으며, 유틸리티 거대 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는 지난 9월에 BP 와 합작 투자를 발표하여 발렌시아 주 도시인 까스뗄욘(Castellon)에 있는 BP 정유 공장에서 25메가와트 프로젝트를 개발한 바 있다. 

지난 9월 중국의 엔비전 에너지는 스페인에 10억달러 규모의 그린수소 산업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에너지 기업 하이그린 에너지(Hygreen Energy) 또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주 우엘바(Huelva) 지역에 20억유로(약 3조원)를 투자하여 그린수소 생산공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정부, 에너지 기업에 이어 대출기관에도 횡재세 부과

스페인 정부가 횡재세 부과한 것은 에너지 기업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스페인 최대 대출기관에 횡재세를 연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스페인의 산체스 총리는 논란이 되고 있는 대출기관의 횡재세를 3년 더 연장했다. 이어 산탄데르 은행(Banco Santander), 빌바오 비즈카야 아르헨티나 은행(BBVA)과 같은 대형 은행의 경우 금리를 4.8%를 최대 7%까지 인상했다. 소규모 은행의 경우 최저 1%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스페인 은행업계는 즉각 이 조치를 비난했다. 스페인 은행협회 AEB와 CECA는 성명을 통해 이 세금이 "시민들의 등 뒤에서 대화 없이 혼란스럽고 투명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라고 밝혔다. 그들은 "다른 EU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다"라며 “국내 은행에 피해를 준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Jefferies) 분석가들은 이 세금이 "대형 기업에 더 큰 압력을 가한다"라고 증시 메모를 통해 분석했다.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AG) 분석가들은 "현재 횡재 수입과 연결하기 어려운 세금을 유지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라는 의견을 증시 메모를 통해 밝혔다. 

2025년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페인 정부가 2024년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해 2025년 예산을 위한 새로운 수입원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월에 스페인이 채택한 재정 패키지에는 여러 세금 변경 사항이 포함되었으나 의회 내 좌파와 우파 양측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