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화석연료 기업에 매년 30억달러 기후복구 비용 부과 법안 서명

화석연료 기업, 2028년부터 '기후 슈퍼펀드'에 벌금 납부 버몬트주에 이어 두번째, 기존 슈퍼펀드 법률 기반… 법적 도전 예상 미국석유협회, "미국 에너지 산업에 대한 징벌적 조치에 불과" 반발

2024-12-27     이재영 editor

뉴욕주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을 차지한 화석연료 기업들에게 기후 복구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캐시 호철(Cathy Hochul) 뉴욕 주지사는 26일(현지시간) 이 법안에 서명하며 "향후 25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복구와 적응 비용을 화석연료 회사들에 부담시키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및 더힐 등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새로운 기후법에 따라, 뉴욕주는 향후 25년 동안 매년 약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화석연료 기업에게 거둬들이며, 부과되는 벌금은 총 75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뉴욕주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을 차지한 화석연료 기업들에게 기후 복구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 픽사베이 

 

화석연료 기업, 2028년부터 '기후 슈퍼펀드'에 벌금 납부

로이터에 따르면, 이 법은 기후 변화로 발생한 막대한 비용을 개인 납세자 대신 주요 석유, 가스, 석탄 기업들로 전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로 인해 확보된 자금은 도로, 교통, 상하수도 시스템, 건물 등 기반 시설을 개선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화석연료 기업들은 2000년에서 2018년 사이 대기 중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에 따라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2028년부터 납부가 시작되는 이 벌금은 뉴욕 환경보전국(NYDEC)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10억 톤 이상 배출했다고 판단한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리즈 크루거(Liz Krueger) 뉴욕 상원의원은 "뉴욕은 기후 위기의 책임을 기업들에게 묻는 세계적 선례를 만들었다"며 "지난 10년간 법원은 기후책임 문제를 입법부가 결정해야 한다며, 석유 및 가스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기각해왔는데, 뉴욕주의회는 이 초대를 받아들였으며 화석연료산업이 기후오염에 대한 책임에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슈퍼펀드 법률 기반… 법적 도전 예상

이번 법안은 과거 독성 폐기물을 청소하기 위해 오염 유발 기업들에게 비용을 부담시켰던 주 및 연방 슈퍼펀드(Superfund Law) 법률을 모델로 삼았다. 슈퍼펀드법은 환경오염의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게 오염 정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법으로, 지난해 오하이오주 이스트 팔레스타인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실은 열차 탈선사건 이후 발동되기도 했다. 

앞서 버몬트주가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뉴욕주는 이를 이어받아 두 번째로 이러한 법안을 도입한 주가 되었다. 

뉴욕 상원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와 피해를 복구하고 적응하는 데만 2050년까지 약 5000억달러(약 734조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루거 의원은 주요 정유사들이 2021년 1월 이후 1조달러(약 1400조원) 이상의 이익을 기록했음에도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수십 년간 알고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석유협회, "미국 에너지 산업에 대한 징벌적 조치에 불과" 반발

에너지 회사들은 이번 법이 기존 연방법에 의해 규제받는 에너지 산업에 중복 규제를 가한다며 법적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이번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API 대변인은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은 미국 에너지 산업에 대한 징벌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뉴욕과 버몬트의 법안이 법적 도전을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후보자가 친 화석연료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연방 차원에서 이러한 법안의 실행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역시 이달초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2035년까지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계획에 승인을 받았지만, 트럼프 신임 행정부가 이 정책에 법적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주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선례를 남길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번 법이 다른 주와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