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투자 협회, 인종 다양성 미공개 기업에 경고
영국 투자협회(Investment Association)가 올해부터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된 상위 350개 기업의 대리(proxy) 투표 자문에서 인종 다양성을 '중대성 이슈'로 최초 평가하기로 했다.
영국 투자협회(IA)는 총 8조5000억 유로의 자산을 보유한 영국 자산운용사를 대표하며, IA의 기관 투표정보 서비스(ISVIS)는 이사회에서 기후 변화, 임원 보수, 성별 다양성과 같은 이슈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ISVIS는 인종 다양성을 새로운 평가 이슈로 제기해 올해부터 이사회에서 인종 다양성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앰버톱'(amber-top, 중대한 이슈임을 의미함)을 발행하거나, 이사회에 최소 한 명 이상의 소수 인종을 참여시키는 행동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영국 이사회의 인종 및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보고서 파커 리뷰(Parker Review)의 권고 사항이다.
이사회 중 소수 인종이 없는 기업은 지난해 3월 영국 대기업 256개사 중 59%로 조사됐다. FTSE 250개사의 경우 이 비중은 69% 증가했다.
영국 대형투자기관 리걸앤제너럴(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은 2022년부터 FTSE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진이 백인으로만 구성된 기업 이사회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자산 규모가 1조 달러를 보유한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자산기관 에르메스(Federated Hermes)도 기업 이사진들의 민족적 배경이 다양하지 않거나 빠른 시일 내 이사회 다양성을 달성할 계획이 없는 모든 기업의 회장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나아가 ISVIS는 성별 다양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어 여성 이사가 30% 미만인 기업은 최고 경고 수준인 '레드톱'을 받게 하도록 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목표 수치였던 20%보다 증가했으며, 지난해 이사회 다양성 부족으로 FTSE 350개 기업 중 29개 기업이 레드탑을 받았다.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또 다른 이니셔티브인 햄프턴-알렉산더 리뷰에 따르면, FTSE 350 기업 이사회의 여성 수가 5년 동안 50% 증가했지만 이들의 이사회 직책은 3분의 1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FTSE 350 중 이사진이 모두 남성인 기업은 없지만 여성 이사가 1명만 존재하는 이사회는 1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IA의 스튜어드십 및 기업지배구조 이사인 앤드류 니니안(Andrew Ninian)은 “FTSE 100대 기업 중 4분의 3이 지난해 연차총회 시즌에서 이사회의 다양성 및 민족 배경에 대한 구성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파커 리뷰 보고서에 따라 우리는 다양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다양성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기에 영국 기업 이사회는 모두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릿(State Street)의 국제 자문가들은 최근 인종 및 민족 다양성 공개 강화 지침을 발표해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데이터를 공시하는 기업들은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은 다양성 전략, 목표, 측정 기준, 이사회의 다양성 및 감독 등 5가지 부문에서 데이터를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S&P 500이나 FTSE 100개 기업이 이사회의 인종 다양성을 공개하지 않거나 대표성이 낮은 지역 출신 혹은 소수 민족 배경을 보유한 이사가 1명 이상 없을 경우, 지배구조 위원회 의장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이사 중 5%가 흑인’, ‘7명의 이사 중 7명이 유색인종’ 등 다양한 인종의 총 비율이나 합계 데이터를 밝히고, ‘제인 도(Jane Doe)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존 스미스(John Smith)는 백인’ 등 이사진의 민족 정보를 개별적으로 공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