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너지 수요, 기후테크 투자 주도…전기차·배터리 제치고 선두로
- 데이터 센터 관련 스타트업, 메가딜 주도 - 기후 기술 투자, 성장 둔화와 보수적인 투자가 ‘뉴노멀’
에너지 스타트업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기후 기술 투자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AI 수요 증가로 인해 데이터 센터를 적은 탄소 배출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 따른 성과로 분석된다.
7일(현지 시간) 친환경 시장 전문 리서치 업체인 사이트라인 클라이밋(Sightline Clima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자금은 총 94억달러(약 13조7000억원)로 2023년 대비 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열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은 5억5800만달러(약 8000억원)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원자력 투자도 19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거의 2배 늘어났다.
에너지는 2025년에도 AI의 영향으로 유망한 투자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위해 지열과 원자력으로 생성된 전력을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핵융합과 같은 보다 실험적인 기술에도 베팅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관련 스타트업, 메가딜 주도
대형거래(메가딜)에서도 에너지 분야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가장 큰 거래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IM 모터스가 차지했지만, 데이터 센터가 새로운 메가딜 부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칼라(Scala)와 크루소(Crusoe)는 데이터 센터를 청정 에너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이며, 엑스 에너지(X-energy)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개발하고 있다. 빌게이츠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유명한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스타트업 폼에너지(Form Energy)도 상위 10대 거래에 포함됐다.
그러나 2023년과 비교해 2024년 메가딜 규모는 훨씬 작아졌다. 2023년에는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공급망(노스볼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하이티움, 어센드 엘리먼트)이 상위 거래를 장악했으며, 평균 거래 규모는 7억8000만달러(약 1조13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4년 평균 거래 규모는 5억달러(약 7300억원)로, 2023년 대비 약 65% 수준이다. 사이트라인은 기후 기술이 거래 기준은 높지만 투자 규모는 작은 보수적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 기술 투자, 성장 둔화와 보수적인 투자가 ‘뉴노멀’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 어려운 사업 환경, 기업들의 탄소 감축 약화 등으로 인해 2024년 전체 기후 기술 투자는 감소했다. 2024년 누적 투자액은 1820억달러(약 265조원)에 달했지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2020~2022년의 연평균 성장률은 135%였으나, 2022~2024년에는 25%로 감소했다. 지난해 글로벌 기후 기술 스타트업은 총 300억달러(약 44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는 2023년 대비 14% 감소한 수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기후 기술 투자에서 1위를 차지했던 친환경 운송 스타트업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한 77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기록했다.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의 파산과 같은 대형 실패 사례는 투자자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이트라인은 벤처 자금이 급격히 증가하기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세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2023년의 극적인 투자 감소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업계는 새로운 표준에 적응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