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때문에 DAC 기술 발전 지연되나? 모닝스타 경고
AI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등으로 인해 청정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조업과 에너지생산 분야에서의 청정기술 개발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 투자전문사 모닝스타(Morningstar)가 8일(현지시각) 자사의 데이터플랫폼 피치북(Pitchbook) 보고서 인용을 통해 밝혔다. 피치북의 신흥기술 애널리스트인 존 맥도너(John MacDonagh)는 "AI 데이터센터 등 저탄소 전력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DAC(직접공기포집)나 친환경 화학제품 생산 등 제조 및 에너지 생산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 개발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AI의 폭발적 성장, 대체에너지 시장 점유 넓혀가
탄소를 대기 중에서 직접 추출하는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은 저탄소 전력을 필요로 한다. DAC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탄소를 포집해 탄소 크레딧을 생성·판매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맥도너는 피치북의 '2025 재생 가능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DAC 기술에 기존 방식으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한다면 순(純) 탈탄소화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DAC 기업은 운영을 위해 저탄소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을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하게, 탄소를 포집해 저탄소 화학물질을 생산하려는 스타트업들 역시 대규모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탄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의 경우, 저탄소 전력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생산된 화학물질은 더 이상 '친환경'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다. 2024년 첫 3분기 동안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투자 거래 규모는 8억4230만달러(약 1조2400억원)로, 2023년 전체 거래 규모인 5억360만달러(약 7400억원)를 이미 초과했다.
하지만 DAC 기업들이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음에도 대부분은 아직 파일럿 시설의 계획 및 건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맥도너는 "저렴한 청정 에너지의 가용성 여부가 이러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스타트업 '카본캡처(CarbonCapture)'가 최근 와이오밍주에 건설 예정이었던 프로젝트를 중단한 사례를 언급하며, "청정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아마존, 메타, 구글 등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글로벌 테크기업은 대체에너지 시장의 큰 손이다. 2023년 기준 아마존은 태양광과 풍력 부문에서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 점유율이 가장 높으며, 이는 2위 메타와 4위 구글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이로 인해 대체에너지 비용이 상승했으나, 탄소포집기술과 같이 시장화가 덜 된 초기 단계 기술 부문에서는 수익을 만들기도 전에 상승한 비용으로 대체에너지를 구매해야 하므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데이터 센터와의 경쟁 심화로 스타트업 어려움 증가
AI 데이터 센터와 같은 성숙한 기술 분야와 비교해 탄소 포집 및 저탄소 화학 기술 스타트업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맥도너는 "데이터 센터 투자 성장세가 계속될 경우 스타트업들이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데이터 센터 운영자들이 청정 에너지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DAC 및 녹색 화학 기술 스타트업들의 프로젝트가 지연, 이전 또는 취소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데이터 센터는 AI와 클라우드 기술의 급성장으로 인해 청정 에너지 자원을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어, 기후 기술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탄소포집 및 저장 연구소(Global CCS Institute)의 자료에 따르면 탄소포집기술과 관련된 시설이 2023년 392개에서 2024년 628개로 60%나 증가하였으나, 포집량 자체는 361Mtpa(Million tons per annual, 연간 백만톤 단위 배출량)에서 416Mtpa로 15%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기술의 한계인 점도 있겠으나, 1개 시설당 평균 포집량의 증가량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건 대체에너지 공급의 부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맥도너는 "데이터 센터 운영자들이 대체에너지에 대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은 탄소포집기술 스타트업들의 프로젝트 지연, 이전, 또는 취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