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산업 성장, 기후 목표와 충돌… 2026년 탄소 예산 고갈 우려

2025-01-14     유인영 editor
EU 항공 승객 수 전망 / T&E

유럽 항공 산업이 2050년까지 승객 수송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인 가운데, 항공 산업의 탄소 예산이 이르면 2026년에 고갈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3일(현지 시간), 유럽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T&E)은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 사용이 확대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성장 속도에서는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T&E의 항공 담당 디렉터인 조 다르덴(Jo Dardenne)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성장 중독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50년 EU 공항 항공 승객 수,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 전망

항공산업은 성장 억제 요구에 반복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며, 산업 성장이 경제 발전과 글로벌 연결성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르덴은 “항공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기후 목표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T&E의 분석에 따르면 항공기 연료 사용량은 효율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2025년 2019년 대비 5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는 EU 내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가 연간 19억 배럴의 원유를 추출해 사용하는 수준인 2110만톤의 연료유를 연소하게 될 것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은 모두 향후 항공 여행 수요의 급성장을 전망하며 더 많은 항공기를 하늘에 띄울 계획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 EU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 승객 수는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성장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9년 유럽 항공산업의 배출량은 2019년 대비 3% 감소에 그칠 것이며, 2050년에도 여전히 79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T&E는 이 속도라면 유럽 항공 부문은 2026년까지 탄소 예산을 고갈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제한 안 하면 SAF 사용 확대에도 배출 감소 효과 제한적

항공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 사용 확대와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T&E는 항공 산업이 SAF의 부족을 배출 감소의 주요 걸림돌로 주장하지만, 현재와 같은 성장 속도에서는 SAF의 효과도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49년 SAF 사용 비율이 EU의 친환경 연료 법에 따라 42%에 달하더라도 화석 연료 사용량은 여전히 2023년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화석 연료의 대안으로는 바이오연료와 전기 연료(e-fuel)가 있지만, 바이오연료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유럽 항공 산업에서 사용되는 바이오연료의 80%가 지속 가능한 원료에서 생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기 연료는 바이오연료보다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성이 높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항공 산업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EU의 SAF 법안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기 연료의 혼합 비율이 35%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항공 업계 성장 전망에서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2420만톤의 전기 연료유(e-kerosene)가 필요하며, 이는 독일의 2023년 전력 수요(506TWh)를 초과하는 에너지를 요구한다.

현재 EU 집행위원회는 2040년 목표에서 항공산업 성장 제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T&E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공항 인프라 확장을 중단하고, 기업 출장 규모를 2019년 대비 50% 수준으로 유지하며, 잦은 항공 이용을 억제하고 낮은 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