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이은 기후동맹 탈퇴 여파, NZAM 활동 중단 발표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탈퇴를 밝힌 넷제로자산운용(NZAM)이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3일(현지 시간) NZAM은 성명을 통해 “최근 미국 내 상황과 지역별 규제와 고객 기대치가 달라짐에 따라 NZAM은 새로운 글로벌 맥락에서 NZAM이 목적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니셔티브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토를 거치는 동안 NZAM은 서명 기관들의 이행 및 보고 활동을 추적하는 활동을 중단하며,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NZAM 웹사이트의 서명 기관들의 서약문과 목록, 목표, 관련 사례 연구도 삭제할 예정이다.
미국 금융가의 기후 동맹 탈퇴 기조는 뚜렷하다.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도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연이어 탈퇴했다. 투자자그룹인 클라이밋 액션 100+에서는 JP모건자산운용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 골드만삭스자산운용(GSAM), 베일리 기포드 등이 탈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후 동맹에서 탈퇴한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이 저탄소 전환 자금 지원에 대한 의지를 잃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후 동맹 탈퇴, 긍정적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낙관론도 있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 연금위원회의 책임투자 최고책임자인 애덤 매튜스(Adam Matthews)는 금융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넷제로를 추구하는 것은 충분히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에는 공통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기후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기후 동맹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유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도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동맹의 시대는 기후 목표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호하고 과장된 약속에서 벗어나 자본 배분과 투자 결정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줄 때이다. 이것은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똑같이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NZBA를 탈퇴한 대부분의 은행은 동맹 탈퇴가 넷제로 목표를 포기하거나 고객의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NZAM에서 탈퇴한 블랙록 또한 “고객을 위해 상품과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옥스퍼드 지속가능금융그룹 디렉터 벤 칼더콧(Ben Caldecott)은 주요 은행들의 동맹 탈퇴가 오히려 금융권 기후 동맹의 실효성을 재조정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5도 목표에 맞춘 포트폴리오 조정보다 실제 경제에서의 배출량 감축이 중요하다”며 “이번 탈퇴가 실질적인 배출량 감축으로 초점을 전환하는 데 기여한다면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후 동맹 탈퇴는 트럼프 눈치 보기에 불과
반면, 기후 동맹 탈퇴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주요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동시다발적 탈퇴 움직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호의를 얻으려는 명백한 시도로 보고 있다.
뉴욕시 감사관 브래드 랜더(Brad Lander)는 "블랙록과 JP모건 등 금융기관이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할 책임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기후 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책임을 포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적인 기조에 굴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JP모건과 블랙록 등 월가의 주요 기업들이 기후 동맹에서 물러나자, 텍사스 주의 공화당 소속 법무장관 켄 팩스턴(Ken Paxton)은 이들 기업을 주 정부의 지방채 거래에서 제외하겠다는 위협을 철회했다. 지난해 11월 텍사스를 비롯한 11개 공화당 주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이 시장 지배력과 기후 그룹 참여를 통해 석탄 생산을 줄여 전기요금을 상승시켰다며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피닉스 그룹의 지속가능 투자 리서치 총괄 헤탈 파텔(Hetal Patel)은 “주요 기관들이 동맹에서 발을 빼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동맹은 후발 주자들을 논의의 장으로 데려오는 과정을 가속했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